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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웰빙이 뭐기에 유행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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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웰빙(well-be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웰빙 가전''웰빙 아파트''웰빙 예금''웰빙 야채'등 요즘 나오는 상품들은 모조리 '웰빙'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웰빙이 뭐기에 이렇게 유행하는 걸까요.

웰빙은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죠. 그냥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산다는 겁니다. 웰빙은 대체로 국민 소득 1만달러 이상이 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고 합니다. 먹고 사는 데 급급하기보다 몸과 마음에 좋은 물건들을 찾아서 소비하게 되는 것이죠.

웰빙과 비슷한 개념으로는 '로하스(LOHAS)''웰니스(Wellness)' 등이 있습니다. 로하스는 건강과 함께 환경 보전을 중시하는 생활방식(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기농.태양전지.재활용섬유 등이 대표적인 로하스 관련 제품들입니다. 웰니스는 주로 건강 및 체력 증진과 관련된 개념이죠.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한적한 시골로 향하는 영국의 '다운시프터(Downshifter)'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웰빙이란 단어는 미국에선 사회적인 의미의 '복지'로 쓰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웰빙의 의미는 매우 포괄적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사회적인 성공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풍조 전반을 가리킵니다. 웰빙족들은 높은 지위나 고액 연봉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중시합니다. 또 남의 시선보다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사람들입니다.

건강은 가장 중요한 웰빙의 키워드입니다. 비만과 성인병을 부르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찾는 사람들은 줄고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기 대신 버섯과 가지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가 '웰빙'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답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몸매 관리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됐습니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질병 없이 오래 사는 게 사람들의 큰 관심이 돼 가고 있으니까요. 또 사스.조류독감 등 세계적인 질병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데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친화적이며 몸에 좋은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웰빙의 범주에 속합니다. 휴식과 관련된 산업들이 웰빙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산업들이 더욱 발달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요가.명상.찜질방.스파.발마사지 등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웰빙 산업입니다. 주 5일제가 확대되면서 늘어난 레저와 스포츠 관련 산업도 웰빙 산업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웰빙'은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봄에 심했던 황사에 대비하기 위해 공기청정기가 등장했습니다. 이 공기청정기는 '웰빙 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올해에도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들의 혼수품 목록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이 제품의 판매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비데.이온수기 등도 최근에는 '웰빙 가전'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이 제품들은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있으면 편리한 제품들이죠. 게다가 이런 제품들은 왠지 고급스럽고 안락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웰빙 마케팅이 주는 효과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내의나 검은 콩이 들어있는 우유도 웰빙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일반적인 내의나 우유보다 비쌉니다. 그래도 이런 제품들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건강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웰빙 소비자들 덕분입니다. 친환경 유기농 매장의 채소와 과일들은 가격도 일반 제품보다 2~3배까지 비싸고 모양과 빛깔도 나쁘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키토산 쌀, 셀레늄 우유, 녹차 먹인 소고기, 해양심층수, 유기농 기저귀 등의 '웰빙 상품'들도 비싸지만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더 건강한 삶을 가꾸려는 노력과 관련된 웰빙은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웰빙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등장한 웰빙 상품중에는 웰빙과는 별 상관 없는 상품들도 많으니까요.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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