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불륜 논란 속에 막을 내린 텔레비전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출국 수속을 밟는 사이 뒤늦게 공항에 도착한 여주인공이 그 남자를 애타게 찾으며 여객터미널을 헤맨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곳곳이 카메라에 잡혔다.”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이 제법 홍보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 제작자들은 인천공항 측으로부터 장소를 공짜로 빌려 촬영한 것일까? 아니다. 장소 사용료를 내고 허가 받은 것이다. 인천공항 내부 규정상 공항에서 드라마나 광고 등 상업적인 목적으로 촬영할 때는 4일 전에 정해진 양식에 맞춰 신청해야 한다. 촬영 목적과 내용, 촬영 일시와 방영 일시, 촬영 장비, 촬영 인원 등 세세한 내용까지 적어 제출해야 한다.
허가가 떨어지면 장소사용료를 내야 한다. 두 시간 촬영에 22만원이 기본이다. 한 시간이 추가되면 13만2000원씩을 더 내야 한다. 지난해에만 330건에 1억1200만원을 벌었다. 올해는 10월까지 510건에 1억41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촬영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인기’ 장소는 여객터미널 맞은편 교통센터다. 여객터미널에 비해 한산해 촬영이 편하다. 30m가 넘는 긴 에스컬레이터 등이 설치돼 있어 첨단 이미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천공항에는 드라마나 광고 촬영에 절대 개방되지 않는 곳도 있다. 출국 수속을 거쳐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지역이다. 에어사이드(AIR SIDE)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보안관계상 취재 목적 외에는 촬영이 불가하다. 에어사이드에서는 관광객들이 흔히 하는 사진 찍기도 원칙적으로는 금지다. 다만 단속이 어려워 눈감아주는 것뿐이다. 지난해 공항 내 에피소드를 소재로 했던 한 텔레비전 드라마는 공항 홍보를 위해 예외적으로 에어사이드 촬영을 허가했다. 공항 내 보안 관련 기관들 간 협의까지 거쳤다.
강갑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