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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보고세로읽기>새해,새빛으로 문은 열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아! 좋다,좋아.새해의 문이 열리고 까만 손이 공중을 날아가는물고기처럼 나를 유혹한다.손 그림자와 가녀린 손이 어딘가 괴기스럽고 에로틱하다.요기어린 손이 내게 말한다.“나를 따라와”“음,알았어.따라가면 뭐가 있는데”“네가 원하는 거….
” 그 손을 따라가면 뭔가 있을 것만 같다.참 경쾌하고 경이롭다.예술은 삶의 비밀을 발견하고 간직한다.새로울 것없는 삶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물에 경이로움과 존재의 가치를 부여한다..어때,삶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보라구'한다.
꿈과 상상력을 주고 삶이 그래도 살 만하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다.
랄프 깁슨(미국 할리우드 태생 1939~)의 사진들을 보면 초현실적인 놀라움과 생명력으로 충만하다.깊은 무의식에서 건진 이미지가 예리한 송곳으로 찌르는 충격을 준다.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힘과 긴장을 주는 사선 이미지가 역동성을 부 여한다.그는빛의 조율사처럼 신비의 빛과 그림자를 던진다.
열린 문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몹시 푸르고 따뜻하다.빛이 해맑은 육체로 다가온다.저 손과 빛만큼이나 삶이 신비롭게 열리지않으면 안된다.왜냐하면 우리는 삶의 환희와 희망에 굶주렸기 때문이다.지치고 시들고 경박하고 상투적인 것은 이 젠 지겹다..대부분의 상처는 상투적인 것에서 온다'는 로랑 바르트의 싱싱한상추같은 말을 바라본다.
우선 우리의 정치현실부터 달라졌으면 좋겠다.파멸적인 권력욕으로 더 이상 국민들에게 환멸과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거국적인 경제회복 노력과 함께 환경과 문화가 21세기를 주도할 막강한 산업임을 예견하고 발전시킬 환경.문화대통령 이 나왔으면좋겠다.골프장.카페와 술집보다 서점과 도서관.은행과 전시장에 사람들이 들끓었으면 좋겠다.왜 느는 건 술집과 카페인가.이젠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발전적이지 못한 습관과 문화는 빨리 고치도록 하자.마시고 노는 문화에서 공부하고 탐구하는문화로 바꿔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자.책을 읽어야 한다.최고의 작품에 깨어있는 시간을 바쳐야 한다.독서가 없이 어떻게 삶이 바뀌길 기대하는가.러시아는 불황중에도 서점에 사람들이 들끓는다고 한다.프랑스에선 랭 보 탄생 1백주년 기념으로 랭보의 시를써서 엽서 보내는 운동이 벌어진 일을 기억한다.
좋은 문학.미술.음악작품등을 통해 내 존재의 참모습과 진지한자기성찰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자신의 참모습과 만나 욕망이 조절되는 것이다.자기 성찰이 없는 삶은 호화사치.과소비의 껍데기만 좇게 돼 있다.그건 망국적인 부정부패의 뿌 리도 된다.잘못된 삶의 태도와 의식은 바꿔야 한다.혁명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방에다 월든의 한 대목을 써서 붙였다..가장 현명한 사람은 항상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살아있는 시간을 선물로 여기고 간소한 생활,부유한 내적 삶을 꿈꾸면 저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빛만큼이나 환한 생 명력이 느껴진다.어떤 힘든 상황도“좋아 좋다구,한 번 붙어보지 뭐.”이런 배짱이 생긴다.재산은 뜨겁고 아름답게 살려는 열정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시인>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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