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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떠나는 그날까지 로큰롤♪” 실버합창단의 당당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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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합창단 이름은 ‘마음은 청춘’을 뜻하는 ‘영 앳 하트’(Young@Heart). 다큐의 원제이기도 하다. 1982년 소도시 노스햄튼에 사는 노인들의 노래모임으로 시작됐다. 해외공연도 10여 차례 다녀올 정도로 유명세를 누려온 이들이건만, 카메라에 담긴 연습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고령의 나이에 익숙하지 않은 로큰롤을, 그것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는 과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평균연령 81세의 미국 합창단 ‘영 앳 하트’.1982년 매사추세츠주 소도시 노스햄튼에서 결성됐다. [영화사 진진 제공]


이번 공연을 위해 젊은 음악감독이 새로 제안한 노래들은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소닉유스의 펑크곡 ‘정신분열증’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예스 위 캔캔’(그래, 우린 할 수 있어)은 ‘캔’이라는 단어가 71번이나 반복되는 난공불락의 가사 때문에 제목과 달리 이들이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필 굿’은 솔로 부분을 맡은 할아버지가 단 두 줄의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 음악감독을 좌절에 빠뜨린다.

음악감독 밥 실먼은 사실 53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평균연령 81세의 단원들 틈에서는 그야말로 젊은이로 보인다.

24명 단원들은 최연소라야 70대 초반이고, 최고령자는 단원 경력 20년인 92세의 할머니다. 위중한 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유머감각은 이런 경험을 들려줄 때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노래와 더불어 유머가 이들의 장수비결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유쾌한 다큐가 진한 감동으로 발전하는 것은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을 통해서다. 함께 무대에 서려던 동료 중 두 사람이 연이어 세상을 떠난다. 슬픔 속에서도 이들은 초연히 예정된 공연을 향해 나아간다. 직업가수도 아닌 이들에게 과연 노래란 무엇일까.

다큐 전체가 들려주는 답변을 요약하면 그건 생의 연속성, 즉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다. 이들은 약속대로 무대에 서는 것이, 먼저 간 동료도 원하는 바라는 것을 확신한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 역시 그렇다. 산소 호스를 코에 끼고 무대에 오른 할아버지는 본래 듀엣곡으로 연습했던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혼자 부른다.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때’로 시작하는 노래에는 먼저 간 동료, 함께한 시간에 대한 애정이 실려 있다. 외롭고 처연하기보다 담담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로큰롤 인생’은 지난해 미국에서 소규모로 개봉, 개봉관이 점차 확대되는 이른바 ‘슬리퍼 히트’를 기록했다. 올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전체관람가. 27일 개봉. 

이후남 기자

주목! 이 장면 본 공연을 며칠 앞두고 이들은 교도소 위문공연을 떠난다. 버스 출발 직전, 동료의 첫 번째 죽음이 전해진다. 그 몇 시간 후, 이들은 철조망에 둘러싸인 잔디밭을 무대 삼아 밥 딜런의 ‘포에버 영’을 부른다. 뜻하지 않게 추모곡이 된 노래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그 모습에 푸른 수의 차림의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친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는 촬영과 편집이 오히려 감동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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