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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망서 강경대응 급선회-장기화로 가는 파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이 9일 권영길(權永吉)위원장등 민주노총 간부 7명을 포함해 20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파업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국면을 맞게 됐다.지도부 와해로파업이 약화될 수 있으나 오히려 근로자들이 이에 자극받아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영장청구를 유보했던 검찰이 강경책으로 급선회한데는 파업 주동자들을 조기에 격리하는 것이 파업 확산 방지에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대우자동차등 대형 사업장의 파업 참가율이 10%를 밑도는등 파업 세력의.하부구조'가 분산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라는 강성 지도부를 그대로 놔둘 경우 15일 예정된 총파업을 계기로 파업 열기가 재연(再燃)될 것이란게 검찰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개정 노동법을 악법(惡法)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조 지도부의 일방적인왜곡 때문으로 이들을 조기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민주노총 간부들이 파업을 원격 조종하며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고 경찰 소환에 불응한채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행위를 도주의 우려가 높은 증거로 보고 있다.여기에다 8일 서울지법 민사50부(權光重 부장판사)가 노동관계법 개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한 현대백화점 노조를 상대로 사측이 낸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검찰을 고무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사전영장에 대해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제를내세워 피의자의 직접 신문을 요구함에 따라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법원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노총 간부등 파업 주동자들에게 9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잇따라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구인영장은 영장 전담법관이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직접신문을 하기 위해 법원에 강제로 신병을 데려오기 위한 영장으로집행때 형사소송법 제201조 2항에 따라 구속영장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법원은 사법경찰관을 통해 구인영장을 집행,신문기일까지 법원 청사 또는 경찰서 유치장등에 신병을 유치할 수 있으며영장전담판사는 구인된 피의자에 대해 24시간 내에 직접신문을 실시,구속영장 발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인영장은 통상 7일간을 유효기간으로 발부하지만 이번과 같이파업 주동자들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수차례 거부했을 경우 신문기일및 시간.장소를 미리 지정해 주고 구인을 명령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가 신문기일을 지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으나 신문때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차 구인영장을 발부하거나 곧바로 실질심사 없이 사전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구속영장실질심사제가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보다 신중히결정하기 위한 취지로 실시되고 있는 만큼 파업 주동자들이 구인에 계속 불응해 영장전담 판사가 실질 심사없이 영장발부 여부를결정할 경우 사전 구속영장이 그대로 발부될 가능 성도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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