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등산>평창 계방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하얀 능선에는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눈밭이 펼쳐진다.깊은 곳은 눈이 허리까지 찬다.뺨을 스치고 지나는 눈보라가 따갑다 못해 아프다.마치 모래를 얼굴에 뿌리는 것같다.그러나 나뭇가지에 활짝 핀 설화(雪花)를 보면 감탄사가절로 나온다.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雪原)에 러셀(등산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눈을 밟으면서 나가는 일)을 하며 걷는 것은 겨울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그렇지만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눈쌓인 산을 오르기란 쉽지 않다.
오대산자락에 있는 계방산(강원도평창군용평면.1천5백77)은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리는 곳중 하나다.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치기 때문이다.또 내린 눈은 매서운 바람과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 않는다.
계방산은 오대산의 명성에 가려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한라(1천9백50).지리(1천9백15).설악(1천7백8).덕유산(1천6백14)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다.지난해 9월 동해안에 침투한 무장공비들의 도주로로 이용될 만큼 숲이 울창하다.
계방산행의 들머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개-운두령(1천89)에서 시작된다.비록 산은 높지만 초심자들도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갈림길이없다.그래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1시간30분가량 오르면 1492봉에 닿는다.눈앞에 환상적인 설원이 펼쳐진다.매서운 북서풍이 할퀴고 지나가는 능선의 나뭇가지에는 상고대(나무나 풀에 눈같이 내린 서리)나 눈꽃이 눈부시다. 1492봉에서 건너편 정상까지는 30여분 거리.
계방산은 오대산에서 백덕산~치악산 남대봉으로 이어져 중부와 남부지방을 가르는 차령산맥의 뿌리가 된다.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실한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북쪽에 있는 홍천군내면의 넓은 골짜 기와 설악.
점봉산이 가물거린다.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서쪽으로는 운두령너머로 회령봉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하산은 능선을 따라 노동리 아랫삼거리까지 내려가는 길과 윗삼거리를 거쳐 이승복 생가터로 내려가는 두가지 코스가 있 다.
겨울에는 계곡보다 능선쪽에 눈이 적게 쌓이기 때문에 계방산의남쪽 능선을 타고 노동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그렇다해도 워낙적설량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하산은 경험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상에서 1275봉과 1210봉을 거쳐 노동리 아랫삼거리까지 소요시간은 2~3시간이면 족하다.그러나 눈이 많이 쌓여있다면 5~6시간이상 소요되므로 염두에 둬야 한다.
▶교통편=서울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강릉 또는 주문진행 버스가 하루 25회(오전6시30분~오후6시55분)운행한다.진부까지는 3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7천8백원.진부정류장(0374-33-3699)에서 하루 7회(오 전7시10분~오후5시40분)운행하는 내면행 직행및 완행버스를 이용한다.운두령에서 하차.운두령은 완행만 정차하므로 직행버스의 경우 미리운전기사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평창=김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