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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한자교육 한글 바로쓰기에도 도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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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는 한자(漢字)문화권이 주도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을 반영하듯 최근 우리 사회도 한자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은 한자혼용 73%.한글전용 27%의 찬성률을 보였는데 자녀에 대한 한자교육 여부를 묻는 항목에는 95.5%의 학부모가 자녀에게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대답했다.전국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는 91.7%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현재 55억의 세계인구중 한자문화권은 27.2%,15억명이 넘는다.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21세기 준비'에서.1962년 세계 GNP의 9%를 차지했던 서태평양(특히 동아시아)국가들이 2000년에는 세계 GNP의 약 25%를 차지하게 될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후(戰後) 한.중.일 3국에는 로마자의 영향으로 한자퇴조 분위기가 만연했으나 중국.일본에서는 한자의 맥이 우리처럼 끊이지는 않았다.중국은 현재 2천5백자의 상용한자와 1천자의 차(次)상용한자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동안 사용해온 간 화자(簡化字)도 번체자(繁體字)로 회귀하고 있다.일본은 1천9백45자의 상용한자 중 1천6자를 소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외세배척의 명분으로 한동안 한자를 폐지했던 북한조차 69년부터.고등중학 1년(우리의 초등5년에 해당)에서 대학까 지 3천자의 한자를 다시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제나라의 국호(國號)나 부모의 성명은 물론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이가 많다.
한자를 아는 사람은 따로 일본어.중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그들과 필담(筆談)을 나눌 수 있고 도로표지나 간판등을 알아볼 수 있다.이는 한자문화권의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글전용을 주장해온 분들은 한자를 잘 아는 분들이다.한자를 아는 이는 한글만 쓴다해도 큰 불편은 없다.한자를 모르는 이는 이와 다르다.피(被)한글전용교육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한자는 시각문자'라 할 때의 .시각(視角)'과.시각(視覺)'을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중 한글을 사랑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으나 한글바르게 쓰기와 교육현장에서마저 한자를 없애자는 발상은 구분돼야 하고 한글을 바로 쓰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은 필요하다.엄연한 현실을 외면한채 후세대를 우리 역사로부터 단절 시키고 같은한자문화권마저 고립시키는 파행적 교육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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