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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커스’5년 만에 접고 ‘미디어비평’으로 간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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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러나 이 개편안은 정작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보수 시민단체에선 “그동안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은 채 무늬만 바꾼 생색내기 개편을 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KBS 내부에선 “정권의 압력으로 프로그램 간판을 바꾼 것은 굴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왜 문제가 됐나=편파성 때문이다. 미디어 포커스는 한겨레 신문 출신으로 방송과는 전혀 상관없던 정연주 전 사장이 낙하산으로 임명된 뒤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첫 방송은 KBS가 군사정권 시절 저질렀던 잘못된 행적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이른바 ‘조·중·동’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데 앞장섰다.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나름대로 확고하고 신념에 차 있는 것 같은데요, 대통령이 말한 이른바 족벌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죠.”(2007년 2월24일의 앵커 멘트) 이런식의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이 여과없이 방송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신임 이병순 사장은 8월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디어 포커스’를 겨냥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왔다.

KBS 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은 “미디어포커스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제작진을 늘리고 새로운 코너를 늘려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신문 위주의 비평에서, 보다 많은 미디어 상황에 관심을 늘려 감시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보수언론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진보 성향 또는 인터넷 매체들의 문제점을 외면하면서 사실상 정치방송을 해온 데 대한 반성이다.

◆보수·진보 모두 불만=KBS 본관 2층 로비에는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기자협회 소속 일부 기자들의 천막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 포커스 폐지에 대한 항의다.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프로그램 이름을 바꾼 것은 정치권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15일 고별방송에서 ‘미디어 포커스’는 프로그램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그동안의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논란과 문제점들에 대해선 원론적 언급만 했다.

이에 대해 보수 시민단체에선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론 미흡하다”고 비난했다. 공정언론시민연대는 16일 “ ‘미디어포커스’의 편향성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며 “제작진은 농성을 하기 전에 기존 편파방송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대표는 “KBS는 언론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며 “KBS에게는 다른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필규 기자


최홍재 공언련 사무처장“공정했다고 주장하는게 더 문제”

KBS 미디어 포커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이 편파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MBC ‘PD수첩’은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수사를 ‘언론탄압’으로 몰아가고, KBS ‘미디어포커스’는 이번 개편을 ‘방송의 관제화’라고 비난한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역시 그동안 미디어포커스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다뤄온 점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편향적이었던 것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미디어포커스는 15일 밤 마지막 방송에서 비평 대상이 일부 신문에 집중됐던 이유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 권력(신문)이 저널리즘 비평의 목표 혹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변명했다. 황당한 이야기다. 최근 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가장 영향력 높은 매체는 KBS(31.6%)다. 그 다음이 MBC(21.8%)와 네이버(17.3%) 순이다. 이들 세 매체 영향력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KBS의 논리대로라면 이 세 매체에 대한 비평에 더 많은 부분이 할애돼야 한다. 누가 뭐래도 미디어포커스의 시각은 정파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김현석 전 진행자 “특정 언론에 치우친 비판 안 했다”

일부에서 미디어포커스가 특정 이념에 편중됐다고 지적하지만 근거없는 비난이다. 미디어포커스는 모든 언론이 저널리즘의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끝까지 그 원칙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친(親) 한나라당 방송’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친노(親盧) 방송’도 아니었다.

특히 한미 FTA 체결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편견 없이 비판했다. 정권에 대한 감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일부 매체들만 주로 비평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특정 언론에 일부러 엄격한 잣대를 댄 적 없다. 우리가 정한 절차나 기준을 가지고 비평 대상을 정했다. 처음엔 (내부에서도) 너무 일부 매체만 지적하지 말자 생각하고 진행하다보면 결국 그 매체들을 다시 다루게 된다. 따라서 불공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제작진이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언론기관으로서 정치적 입김에 따라 개편이 고려되는 게 부적절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토론을 통해 ‘미디어비평’이란 이름이 정해졌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 상호비평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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