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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한·미 전문가 분석·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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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주한미군 2사단 병력 3600여명이 이라크에 배치된다. 이 부대 소속 군인들이 18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

미국의 주한미군 1개 여단 차출 계획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황이 워낙 급하다는 증거며, 이를 한국의 파병 지연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직접 연결짓기는 곤란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한반도 방어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우리 정부의 냉정하고 치밀한 대처를 주문했다.

◇"더 이상 선택 카드가 없었을 것"=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 지상군을 순환 배치하기 위해 예비군까지 동원할 정도로 여유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주둔 미군 중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은 주한미군을 계속 가만두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실장도 "해외 주둔 미군은 '1대3 법칙(1개 규모의 사단을 상주시키기 위해 3개 사단이 교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에 따라 배치된다"며 "10개 사단으로 이라크에 2개, 아프가니스탄에 1개 사단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2사단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국방연구원 실장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는 작은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파병에 미칠 영향엔 전망 엇갈려=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맘대로 병력을 빼갔으니 우리도 맘대로 하자는 여론이 예상되지만 결국엔 예정대로 파병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덕민 교수도 "우리는 쿠르드 지역에 평화재건 병력을 보내는 것이고, 미국은 전투지역에 보병부대를 차출하는 것인 만큼 서로 지역과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파병 철회론이 보다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봤다. 鄭위원은 "철회론자들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보답으로 파병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한반도 안보 상황을 무시하고 차출하겠다면 파병 명분이 없어진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정부는 여론 수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력 공백 우려는 기우=고유환 교수는 "지금은 보병 숫자보다 전략무기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지상군 규모로 전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백학순 실장도 "'악의 축'이라는 북한을 코앞에 두고 1개 여단을 빼겠다는 얘기는 그럼에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교수는 "주한미군 보병 전력의 절반을 빼는 만큼 상당한 대비가 필요하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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