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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택 릴레이 인터뷰 ⑦ “흑인 미국 대통령 탄생은 세계 화합의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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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버락 오바마의 등장은 전 세계 화합의 출발이 될 것이다.”

옌쉐퉁(閻學通·사진)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11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한 데 대해 “지구촌 차원의 ‘조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위기를 타고 등장한 오바마가 미국의 영웅으로 등장하고, 결국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흑인 대통령의 등장이 미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에 미칠 영향은.

“미국이 앞으로 변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의 등장은 미국 사회의 다원화가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다른 정책을 취할 것이다. 우선 서민의 삶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환경 보호에도 힘을 쏟고,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철군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중동에 대한 영향이 특히 클 것이다. 소수민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 미국의 정치 다원화가 촉진될 것이다.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포용 정책, 무력 사용 자제, 기후변화 억제 등의 정책을 통해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는 중국에 대해 부드럽지만, 미국의 대외무역 역조와 인권 문제에 대해선 엄격하다. 이로 인해 중·미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고 보는가.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미 간 무역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타협의 여지가 좁다. 미래의 중·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1 요소가 바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

“현재 부시가 추진하고 있는 핵정책을 계승할 것이다. 1994년 클린턴이 선택한 것은 비핵화 정책이었다. 현재 부시는 클린턴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오바마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클린턴 정책과 일치한다. 북핵 문제는 큰 어려움이나 굴곡이 없을 것이다.”

-새 미국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게 됐다. 오바마가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오바마에게 이번 금융위기는 기회다. 결코 위협이 아니다. 오바마는 경제위기를 물려받지만, 이번 위기는 2년 후쯤 끝날 것이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세계 모든 국가가 적극 협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끝난 뒤 2년은 당연히 괜찮을 것이다. 이 경우 오바마는 ‘국가를 구한 영웅’으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임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국제사회가 중국을 보는 눈은 다소 과장돼 있거나 낙관적이다.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세는 미국 증시보다 심각하다. 지난달 9일 이전에 중국의 증시는 벌써 66%나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 파산한 기업은 6만7000개나 된다. 따라서 중국은 아직 미국의 지위를 대신할 위치까지 성장하지 못했다. 인민폐도 아직 기축 통화가 아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지도적 국가가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주도적인 국가는 아직 미국이지만, 국제 금융질서는 개편해야 한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의 지분은 벨기에보다도 낮다. 환율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다종 화폐를 기초로 삼는 ‘복합 기축 화폐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 조정기구가 필요하다. 국력 및 경제 발전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기구다. 유엔의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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