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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종부세 대못’ 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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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스분석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못’인 종합부동산세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세금 폭탄’이라는 일각의 저항과 함께 제기된 종부세에 대한 위헌 논란이 법 시행 3년11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전원재판부 회의를 열어 “종부세법 자체는 합헌이지만 세대별 합산조항은 위헌이고,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종부세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이미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 개정안의 수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5년 전 태동=노무현 정부는 2003년 10월 29일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종부세의 타깃은 ‘다주택을 소유한 부동산 투기꾼들’이었다. 그러나 도입 과정에서 변질됐다.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라도 중과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05년 1월엔 반발 기류가 거세지 않았다. 공시지가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은 데다 부과 기준도 ‘개인별 합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노 정부는 2006년 ‘8·31 대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종부세 부과 대상주택이 공시지가 6억원 초과, 세대별 합산부과로 대폭 변경됐다. 이 무렵부터 ‘세금 폭탄론’이 제기됐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 등의 조세 저항 움직임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노 대통령은 방송에 나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종부세의 효과를 자신했다.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은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종부세 일부 조항에 대한 저항은 거세졌고, 계층 간 갈등까지 야기됐다. 세법 전문가인 김관기 변호사는 “이처럼 된 배경에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라는 명분을 가진 종부세가 현실적으로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 폭탄이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법 개정 방안 오늘 발표=헌재의 결정은 종부세법의 형식은 유지해도 되지만 내용은 확 고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의 민한홍 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종부세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른 법 개정 방안과 일정 등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헌재가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이를 개인별 합산으로 바꿔야 하는데 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개정안에 넣는 것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세대별 합산으로 이미 납부한 종부세는 이른 시일 내에 돌려주기로 했다.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를 부부가 50%씩 공동명의로 보유한 경우 지난해는 세대별 합산과세에 따라 약 450만원의 종부세를 냈다. 이들은 조만간 450만원을 그대로 환급받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급대상은 지난해 16만 명 정도”라며 “환급액이 5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의 진상조사 이후로 결정을 늦춰 달라”는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헌재의 이번 결정이 결과적으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망과 일치하면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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