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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 셔먼, 국무부 인수팀장 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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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제위기 극복, 미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 회복,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해결 및 테러 예방은 오바마의 국정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어서 세 분야를 책임질 인수팀을 우선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는 부문별로 두 명씩 총 여섯 명을 선임하고, 경제·외교·안보 정책 틀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모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고위 공직을 지낸 전문가들이다.

◆외교=국무부 인수팀은 웬디 셔먼 전 대북조정관과 톰 도닐런 전 국무부 차관보가 이끌게 된다. 웬디 셔먼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밝고, 한국을 잘 아는 인물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담당했다. 2000년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도닐런은 국무부 차관보 시절 홍보를 담당했지만 안보 문제에 정통하다. 국무장관 비서실장도 지냈으며. 외교협회(CFR)와 민주당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회의 멤버다. 그는 워싱턴의 대형 법률 및 로비회사 ‘오멜베니 & 마이어스’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금융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촉발한 패니메이를 위해 로비를 했다.

◆안보=국방부팀은 존 화이트 전 국방부 부장관과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지휘한다. 화이트는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보, 부장관을 지내면서 인사·병참 문제 등을 다뤘다. 하버드대의 기업 및 정부센터 소장도 역임했고, 현재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중동 문제를 가르치고 있다. 플러노이는 국방부에서 안보 전략을 짰다. 이후 ‘신미국 안보센터’를 설립해 안보 문제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국방분석연구소(IDA) 이사회와 외교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당선인은 국방부 인수팀을 돕는 비공식 선임고문에 샘 넌 전 상원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1990년대 옛 소련과 우크라이나·벨로루시 등의 핵무기를 해체하고 핵무기를 다뤄 온 과학기술자들의 재교육·취업을 지원해 핵기술 유출을 막았던 ‘넌-루가 법’의 발의자다. 넌 전 의원은 “북한이 핵시설 폐기 완료 단계에 이르면 넌-루가 법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경제=재무부 인수작업은 조시 고트바움 전 재무부·국방부 차관보와 마이클 워런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책임진다. 고트바움은 재무부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지만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명하다. 국방부가 그를 쓴 것도 낭비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는 하와이항공 구조조정에 솜씨를 발휘했으며, 요즘엔 여러 개 투자펀드 회사를 자문하고 있다. 워런은 금융 전문가로 투자자문 및 로비회사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동해 왔다.

◆로비스트 안 쓴다더니…=“로비스트들의 정부 접근을 엄금하겠다”는 오바마의 당초 공언과 달리 이날 임명자 중엔 로비스트 경력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닐런은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의 수석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셔먼도 96~97년 패니메이의 자선재단을 운영했다. 고트바움과 워런도 로비 관련 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들이 로비 경력 관련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게 한 규정은 지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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