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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움트는 사이버문명-사회.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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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찰청 외사3과 해커수사대 이정남(李禎南.42) 경위.그의 일과는 컴퓨터를 켜는 것과 동시에 시작된다.전국의 사이버 정보원들로부터 날아온 전자메일을 훑어보고 눈길이 가는 몇가지 정보를 추려낸다.
이때부터 李경위는 해커들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컴퓨터망 순찰에 나선다..사이버 캅(경찰)'은 이제 영화속의 얘기가 아니다.
사이버문명의 거센 물결은 경찰뿐 아니라 머지않아 가정과 직장등 우리 사회의 모습을 탈바꿈시킬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버지,책가방 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식사준비에 바쁜 어머니.보통 가정의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은 점점 타임캡슐속으로 사라져갈 것이다.재택근무가 점점 늘어나고 프리랜서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안방에서 PC 한대로 인터 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전자우편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식사 때마다 무슨 반찬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하던 주부들도 홈쇼핑 전용 단말기로 음식준비를 간단히 해결한다.주방에는 요리책 대신 전용 단말기가 있어 요리강사의 생생한 강의를 들으며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도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학교수업을 편하게 받을 수 있다.교육의 중심이 학교에서 가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2015년께가 되면 국내 초.중.고등학교의 43% 정도가 사이버학교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문명이 펼쳐놓을 미래가 모두 장밋빛은 아니다.가족 구성원 모두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가족간 대화의 단절은 점점 심각하게 된다.사이버 문명시대의 신흥세력인 정보귀족(情報貴族)이 새로운 특권계층으로 떠올라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유의선(40)교수는“디지털화로 메시지의변형이나 조작이 쉬워지고 전달 속도도 매우 빨라지는등 사이버문명의 위험성과 파급력은 이전 시대의 매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각종 공동체가.사이버커뮤니티'라 일컬어지는 신종 가상집단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金用學.43)교수는“사이버문명이 현대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공동체를해체시키고 이중인격자를 양산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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