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마당발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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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재판 과정에선 전 무기거래상 김영완(51.해외 도피)씨의 골프장 이용 기록이 이례적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 기록에는 정.관.재계는 물론 법조.언론계 등 고위층 인사들이 망라돼 있었다. 朴전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비자금 관리인 정도로 알려졌던 金씨가 국내 고위층 실세들과 자주 어울려 골프를 즐겼던 '마당발'이었음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초 대북송금 사건이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했다.

이 기록은 재판부가 골프장 측에 사실 조회를 위해 요청했다. 朴씨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어치를 줬다는 이익치씨와 이를 완강히 부인하는 朴씨, 朴씨가 건넨 150억원을 관리해 왔다는 金씨 등 세 사람 간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이들의 친소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기록을 공개한 건 朴씨의 변호인단이었다. "수많은 저명인사와 골프를 쳤음에도 그의 정체는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소재 N.H골프장이 제출한 金씨의 골프장 이용 전산기록에는 검찰 고위직을 지낸 S변호사, 대검 간부 출신 L.S변호사, 현직 검찰 고위 간부 J.L씨 등이 들어 있었다.

관계에선 전 국무총리 L씨, 전 장관 L씨,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 B씨, 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 H씨, 철도청 고위 간부 출신 S씨 등이 金씨와 골프를 쳤다. 재계에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물론 굿모닝시티 상가분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여성 기업인 Y씨가 라운딩을 했다.

정치인 가운데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는 민주당 L의원과 L전의원, 자치단체장 P씨 등이, 체육계 인사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고위 간부를 지낸 L씨가 포함됐다. 2002년 5월 金씨와 골프를 쳤던 모 사립대 교수 K씨는 현재 참여정부 고위직에서 일하고 있다. 중앙일간지 세 곳의 사장 3명 등 언론계 인사들도 金씨의 골프 파트너였다.

N골프장 평일 회원이었던 金씨는 1999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라운딩을 했다. 모두 112차례였다. 2000년 5월엔 1주일에 네번이나 골프를 친 적도 있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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