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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리포트>日정치권.증시 3월 위기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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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정치권과 증시에 내년 3월 위기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사민당.사키가케의 공조를 얻어 소수 단독정권의 살얼음판을걷고 있는 자민당이 3월께 결정적인 위기국면에 봉착,정치판 전체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란 불길한 예언이다.
맨 먼저 군불을 땐 사람은 하타 쓰토무(羽田孜)전총리.그는 26일 태양당을 창당하면서“내년에는 경제상황 악화에 따라 정치판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라며“그때 한몫을 하기 위해 신당을 창당한다”고 말했다.이탈자가 속출하는 제1야당 신 진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당수도 당의 봉합을 위해 3월 위기설을 부채질하고 있다.“내년 초 불황.금융위기.기업도산으로 경제정책이파탄에 이른다”고 예언한 오자와는 두달전에 치러진 총선 투표용지의 인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신진당 이 차기 총선거 준비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도쿄증시도 위기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닛케이 평균주가는25일 1만9천1백61엔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만9천엔을위협했으며 엔환율도 3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백15엔이 한때깨졌다.증시 관계자들은“예산심의 과정에서 족 (族)의원이 설치는등 다시 나눠먹기식 행태가 되풀이되고 법인세개정안도 제조업의사기를 꺾는 쪽으로 개악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한마디로 하시모토(橋本)개혁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환율.채권가격의 트리플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금융기관들도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거품경제의 붕괴로 막대한 불량채권을 떠안고 있는 마당에 트리플 폭락까지 겹치면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금융기관.기업의 연쇄도산→경제정책의 파탄이라는 악몽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은 27일 “주가와 환율은 심리에 의해 움직이므로 정치인들의 절도있고 신중한 발언을 기대한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자민당으로서는 거품경제 붕괴로 단독정권이 막을 내렸던 3년전의 악몽 을 떨칠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지야마의 애원을 묵살하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대표까지 3월 위기설을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하토야마는“자민당과의 공조에 심각한 불만을 가진 도이 다카코(土井たか子)사민당대표가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른다”며 그 시기를 내년 3월과 6월로 예언했다.
또 자민당 안에서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등이 위기설을 지렛대로 이 기회에 사민당.사키가케를 떼내고 신진당과의 보수대연합을 희망하는등 내분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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