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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내 헤쳐모여'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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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에서 17일 네번째 의원 모임이 탄생했다. 모임 이름은 '국민생각'(가칭)이다. 박희태.맹형규.최연희 의원, 김충환.유승민.김석준.정두언 당선자 등 초.재선과 다선 중진의원 34명이 가담했다.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창립모임에는 이들 중 19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대변인격인 박진 의원은 "당 개혁에 대해 과격한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수구를 주장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 건전한 중도 보수와 실용주의적 개혁 노선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소장 개혁파가 주도하는 수요조찬공부모임(20명),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 3선 그룹이 주도하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47명), 박진.임태희 의원 등이 주도하는 푸른정책연구모임(12명)이 그렇듯이 '국민생각' 역시 외견상으로는 공부 모임의 형식을 띠고 있다. 또 박진.임태희 의원과 김충환.김정훈.정두언.최경환 당선자 등은 푸른정책연구모임에 중복해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5선인 강재섭 의원이 모임의 산파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姜의원은 총선 후 주변인사들에게 18대 총선 불출마를 미리 선언한 뒤 "마지막 정치 인생을 걸고 차기 대선에 올인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는 모임에서 "당내 일부 인사가 자신들의 주장을 당의 목소리인 것처럼 내놓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 중심세력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게 모임의 취지"라며 "특히 정치 현안에 대해 말문을 여는 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 관계에 모종의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표와 소장개혁파 사이의 연대가 다소 느슨해지는 데 때 맞춰 당내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일 오전 원희룡 의원이 과거 원내총무 경선에서의 금품 제공설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朴대표는 밤 11시에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사이월드)에 '책임감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일이 있다. 朴대표는 이 글에서 "앞날을 위해 긴 호흡을 갖기보다는 현재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소신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적었다. 한 핵심 측근은 "당에 이롭지 않은 元의원의 발언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것 같다"고 말했었다.

당내에서 다양한 모임이 탄생하는 데 대해 朴대표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국민이나 당보다 패거리의 이해를 앞세우는 과거식 계보모임이 아닌 이상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朴대표의 이런 스타일이 당내 분화를 가속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종전의 대표들과 달리 내부의 위계 질서나 카리스마를 강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는 각종 모임이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파벌을 만들어 당권을 쥐려는 구태정치는 불가능하다"면서 "당 세력 기반보다는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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