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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나도 작가” … 책 만들기, 교육효과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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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28일 서울 서초구 경원중 도서관. 신동중을 비롯해 경원중·반포중·방대중·신반포중·서문중·세화여중 등 7개 이웃 학교가 모여 도서관 축제를 벌였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신동중이 마련한 학교 대항 책 만들기 체험마당. 학생들이 내용과 형식 없이 창작의 끼를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주제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주제와 줄거리 고치기를 반복했다. 몇몇 학생은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자료를 모으느라 바빴다.

“내가 창작한 이야기, 책보다 재밌어” 책 만드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3~4등분하고 중심축을 빼고 붙은 면을 자르면 6~8장의 면이 만들어진다. 필요한 쪽수만큼 이렇게 만든 종이를 이어 붙인다. 두꺼운 도화지나 색지로 종이를 감싸면 겉표지가 된다. 학생들은 색종이·색연필·도화지·물감 등으로 삽화를 그리고 지면도 꾸몄다. 개성 만점의 아이디어로 꾸며진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랑을 주제로 짧은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소설, 올 한 해 주요 사건을 뽑은 10대 뉴스 보고서, 환경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 짧은 격언을 담은 그림 철학서 등이 선보였다.

이날 대회에선 신동중 3학년 박성민·송자현·오윤선, 2학년 김민지·송자영·안주영 등 6명이 만든 동화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독이 밴 사과를 먹었다가 깨어난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여행하며 겪는 일화를 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바탕으로 신데렐라·백설공주·별주부전 등 여러 동화를 한데 엮어 재구성했다.

박군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기 때문에 마치 토론하는 느낌이 든다”며 “역할을 나눠 공동 창작물까지 만드는 과정이 토론보다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박군은 “내가 정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게 되니 자연히 독서를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부모와 자녀가 책 만들며 교감”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신동중 도서관. 이 학교 2학년 학생과 학부모 10여 가족이 삼삼오오 모였다. ‘가족 책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독서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교감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날 주제는 ‘아름다운 가치 사전’. 부모와 아이들은 믿음·행복·우애·협력 등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러 가치를 나열해 놓고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지 점수를 매겼다.

가족마다 하나씩 가치를 정한 뒤, 그 가치가 우리 가족에게 왜 중요한지, 우리 가족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적었다.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실천사항도 나열했다.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가족끼리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부모는 아이에 대한 바람을, 아이는 부모에게 속상했던 점을 이야기했다. 이어 가족 간의 대화를 책으로 옮겼다.

학부모 이영림(42)씨는 “그동안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써서 보여주니 이해가 깊어졌다”며 “글을 엮어 작은 책을 만드니 아이와 맺은 소중한 약속의 증표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적은 메모지를 엮은 미니북을 휴대전화 고리로 만들어 주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김선희 교사는 “책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글쓰기·자료 수집·주제 탐구·토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분석력·논리력·이해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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