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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싱가포르 선택한 ‘중국의 연인’ 궁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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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의 ‘국민 여배우’ 궁리(43·사진)가 중국 국적을 결국 포기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올 8월 말 싱가포르 국적을 신청했던 궁리는 8일 싱가포르에서 국적 취득의 마지막 절차인 ‘국민 선서’를 했다. 궁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을 새로 취득한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싱가포르의 새 주소지에서 신분증과 거류증을 받았다.

궁리가 싱가포르 국적을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재혼한 남편의 국적을 따르자는 것이다. 영화 감독 장이머우(張藝謀)와 이혼한 궁리는 싱가포르 국적의 홍콩 기업인 황허샹(黃和祥)과 1996년 재혼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궁리는 자동적으로 중국 국적을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선 “궁리가 영화 관련 사업을 좀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싱가포르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궁리의 선택에 대해 상당수 중국 네티즌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 텅쉰(騰訊)이 진행 중인 여론조사에서 네티즌의 약 60%가 “국가를 사랑하지 않아 나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13억 중국인의 국민배우로 불렸던 배우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논리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태어난 궁리는 중국희극학원 2학년 재학 중 장이머우의 눈에 띄어 87년 ‘붉은수수밭’으로 데뷔했다. 이후 ‘홍등’ ‘인생’ ‘패왕별희’ ‘황후화’ 등에 출연하면서 중국 영화권을 넘어서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93년부터 문화예술계 몫으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위원에 뽑혀 올 3월 물러날 때까지 15년간 정계 활동도 병행해 왔다.

그러나 더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활동하기 위해 중국의 문화·체육계 유명 인사들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배우 탕웨이(湯唯)는 이미 홍콩 영주권을 취득했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 주자인 체조 영웅 리닝(李寧)도 홍콩 영주권을 갖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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