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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국보전’감상 - 회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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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호암미술관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특별전의 두번째로 ‘몽유도원도와 조선 전기 국보전’이 호암갤러리(97년 2월11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다.

첫 특별전이었던 ‘대고려국보전’에서 고려문화의 화려함에 감탄했던 많은 관람객들은 튀지않는 소박한 조선의 미(美)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독창적이면서 뛰어난 회화작품들, 고려청자와는 또다른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분청과 백자등에서 한국미의 원형을 이루는 높은 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갤러리에 들어서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彊理歷代國都之圖)’와 ‘조선방역지도(朝鮮方域之圖)’가 눈에 들어온다. 북방영토 회복과 행정구역 개편을 목적으로 지도제작에 노력을 기울였던 조선 전기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어 조선 전기 회화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안견의 작품으로 전해지는‘적벽도(赤壁圖)’를 왼쪽으로 중국 남부 동정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담은 일본의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는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가 전면에 펼쳐진다. 그 바로 오른쪽 전시장 한가운데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 초기 가운데서도 회화가 특히 발전한 시기는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때다. 안견과 강희안은 당시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음에도 두 작가의 화풍은 완전히 다르다.

조선 전기 산수화를 이끌어간 안견은 세종대왕의 셋째 왕자인 안평대군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성장한 화원 출신의 산수화가다. 서화에 뛰어난 안평대군의 이론적 가르침과 그의 뛰어난 중국화 소장품을 보면서 실력을 키울수 있었다.

안견의 작품으로 보이는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는 이른 봄에서 늦은 봄·늦은 겨울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경치로 이뤄져 있다. 작품을 하나하나 따로 보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친 구도를 보인다. 이는 두 폭이 합쳐져야만 좌우가 안정된 구도가 된다. 이같은 구도와 공간처리등을 특징으로 안견파 화풍은 조선 중기까지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소상팔경도’등이 이런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만나는 것은 또하나의 기쁨이다. 작품을 대하면 도록사진보다 작은 크기(23.5×15.7㎝)에 먼저 놀라고 그 활달한 필치에 또한번 놀라게 된다.

안견의 산수화가 계절이나 시간의 변화를 화폭에 담으려는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는 중국 곽희파의 영향이 짙다면 강희안은 필묵이 거칠고 자유분방한 명대 절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사관수도’는 특히 인물이 중심이 되고 산수는 부수적 기능을 하는 절파의 소경산수인물화(小景山水人物畵)의 전형적인 양식을 띠고 있다. 개성이 강하면서도 세련된 작품에서 직업화가와는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2층 전시장에 따로 마련돼 있다. 전시장 중앙에 상하 두권의 두루마리가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그림은 첫번째 권에 들어 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의 현실세계에서 오른쪽의 이상적인 도원의 세계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또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상단을 향해 대각선을 이루는 상승기운의 운동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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