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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불확실성과 株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예상했던대로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은 약효가 없었다.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주가지수는 문민정부 출발수준으로 돌아갔다.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회사와 고객을 피해 자취를 감추고 있다.집을 팔아 예탁금을 메워주기에도벅차다.투자자는 투자자대로 맥이 빠지고,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금융기관도 막대한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정부는 증권사와기업을 향해 질책을 하고,기업은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이 오히려시장질서를 교란시켰다고 볼멘 소 리를 하고 있다.서로를 비난하는 사이 투자자는 멍들고 증시는 추락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꿈을 먹고 하는 투자다.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활발하게 진행되는 경제행위다.그러나 현재 주식시장은 내년말,아니 3개월 앞을 내다볼 능력이 없는 사람들 천지다.그 사람들이워낙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증시 주변의 나라 형편 돌아가는 정세가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왜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일반국민도 언론보도를 보고 불안하게느낄 정도로 시세가 떨어지는가.그 이유는 크게 주식시장 내부의수급과 일반적 경제상황이라는 경제적 변수,그리고 투자심리및 미래의 기대라는 다른 줄거리로 나눠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우리나라 주식투자의 특징,즉 기업내재(內在)가치에 기초한 투자가 아니라 소문을 좇는 거래차익투자가 한 요인이다.
먼저 증시 내부의 수급요인을 살펴보자.한마디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이는 80년부터 커져 온 문제다.여기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보유증권의 연말정산을 위해 매각하는 측면도 있다.외국인이 환차손(換差損)을 피해 매각을 서두 르는 것도 악재다. 아무리 한국 투자자가 기업의 내재가치 혹은 실물경제의움직임과 무관한 투자를 한다 해도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내년도 무역수지가 얼마나 줄 것인지 혹은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은안정될 것인지는 투자에 직접 영향을 준다.대체로 올해 한국 기업의 평균경상이익률은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역설적으로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이익률이 예년수준인 20~25% 증가로 반전할 것이라고 보면 내년말 주가를 95년 수준인 1,100까지 전망하는 것도 가능하다.주가는 떨어지면 다시 오르는 법이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 전망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요한 요인이 심리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경제외적 변수다.주식시장의 효율성은 정보의 확실하고 신속한 유통에 달려있다.그런 점에서 정보의 소통은 증시의 거래비용을 낮추고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낮춰 기업의 가치를 늘리 고 결과적으로 주식가격의 장기적 상승을 가져온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해온 일은 대체로 정보의 소통을 막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늘려왔다.예를 들어 여당에서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조차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대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들인 대형투자를 미래의 대통령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상하지 못한 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수준의 경제라면 저력이 있다.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경제가 가는지 희망이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해야 하는지 정부의 신호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무역수지를 줄일테니 어려워도 참으라고 말하는 것인지,대선을 해야 하니 물가가 오를 것에 대비하라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이런 불확실한미래전망으로는 주식투자에 돈을 걸기보다 안전한 이자게임으로 맡겨 놓거나 유보하고 사태를 관망하자는 세력이 늘어난다.
정부가 증시를 회복시키고 싶으면 당장 경제의 목줄을 압박하는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경제정책도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도움을 청할 것은 청하고 평가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그러기전에는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국민 의 신뢰가 없으면 불황의 골이 그만큼 깊어져 대선에도 악재가 될 것이다.
(논설위원) 장현준 장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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