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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 기발한 오락물 영화2편 동심 유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만화영화를 소재로 만든 기발한 오락영화 두편이 세밑 가족관객을 찾아온다.역대 할리우드영화중 입장권판매 6위를 차지,.라이언 킹'만큼 돈을 벌어들인 디즈니의 61년작.101달마시안'이35년만에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돼 21일 개봉된다 .90년대 브라운관을 휘젓고 다니는 만화주인공들이 NBA 스타 마이클 조던과 콤비를 이뤄 요절복통 농구시합을 벌이는 합성영화.스페이스 잼'도 같은날 극장에 걸린다.
.101달마시안'은 두마리의 달마시안(이탈리아 원산의 점박이개) 성견과 99마리 강아지 외에 백호 두마리,스컹크가 주연이고 몸에 동물가죽을 두를 때 황홀경을 느끼는.마녀'글렌 클로즈가 조연.줄거리는 가죽코트를 입기 위해 강아지사 냥에 나선 마녀일당이 벌을 받고 강아지들은 부모에게 돌아간다는 단순한 설정.영화의 포인트는 떼거리 동물배우들의 깜찍한 연기에 집중된다.
동물영화라 해도 한두마리 등장이 고작이던 스크린에 1백여마리 개들이 우글대는 스펙터클은 한마디로 보기좋은.개판'이다.
공개모집한 2백마리 영국산 강아지를 한달동안 무궁화 5개짜리고급 숙소에 모셔놓고 고래부터 바퀴벌레까지 배우로 길들여낸 할리우드 프로조련사 메리 스나이더가 훈련시켰다.마음에 든 상대를만나자 수줍게 눈을 돌리다가 결심한듯 쫓아가는 모습등 사람의 심리를 판박이처럼 표현해내는 견우(犬優)들의 연기가 얄미울 정도다. 외형적 화제성은.스페이스 잼'이.101달마시안'을 능가한다.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토끼 벅스 버니와 귀여운 병아리 트위티등 워너브러더스사의 인기캐릭터들과 조던의 랑데부에다 환상적인 3차원 컴퓨터그래픽이 수시로 동반된다.줄거리는 NBA스타들의 기(氣)를 빼앗아 1급 선수로 변신한 우주깡패들과 조던을 앞세운 만화캐릭터들의 한판 농구시합이 전부.이 역시 절묘한 화면효과가 영화의 절반을 넘는데 그 수준은 외지 표현에 따르면.70분짜리 코카콜라 CF'다.
두 영화를 보면 할리우드가 추구해온 테크놀로지가 발전의 정점을 넘어 역회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느끼게 된다..로저 래빗'등에서 한국관객을 감탄시킨 실사와 만화의 합성술은.스페이스잼'에서 더욱 매끄럽게 빛나고,.101달마시안' 에서 99마리강아지가 떼지어 눈밭을 달려가는 장면을 컴퓨터가 그려냈다고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만화의 이미지를 영화로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킨.하이퍼 리얼리즘'이다.두 영화는 거짓 이미지공간인 만화를 천연스레 실 사영화로 옮겨 가상과 실재가 뒤섞여 구별되지 않는 하이퍼 세계를 창출해낸 것이다.만화캐릭터들에 둘러싸인 조던은 전봇대만큼 팔을 늘여 볼을 바스켓에 넣고,.101달마시안'의 주인공 남녀는 처음 만난날 바로 결혼약속을 하고 함께 잠잔다 .
지극히 만화같은 이 구성이 너무나 당당하게 묘사되고,아무런 걸림없이 관객에게 먹혀들어간다.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완벽히 무너뜨리는 할리우드의 가공할 테크놀로지는 이제 관객의 감정과 상상 일체를 자신에 포박된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일까.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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