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當代의 재판 歷史의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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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12와 5.18에 대한 두 차례의 사실심을 통해.성공한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법적 판단이 확립됐다.30년을 군부지배아래 있어온 우리 사회가 이러한 법적 판단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토대가 그만큼 단단해졌음을 의미한다.판결은 사법부가 내렸지만 이번 판결에는 쿠데타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그것은 사후에라도 응징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우리 사법부의 쿠데타에 대한 이번 판결은 아직도 군의 정치개입가능성이 있거나 군사정권의 지배아래 있는 많은 다른 나라의 정치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한편 비자금 재판에서는 대통령이 재임중에 저지른 부정에 대해서도 엄한 단죄를 함으로써 권력형 부정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를마련해줬다.아울러 어떤 경우에 의해서건 정경유착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준 것도 부수적인 소득이라고 하겠다. 아쉬운 것은 두 차례의 사실심을 통해서도 광주에서의 발포경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의 증언거부로 그의 역할과 하야전후의 사정 등이 여전히 불투명한 채로남았다는 점이다.또 언론통폐합의 진상,삼청교육대사건 등에 대한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도 흠이라고 할 것이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피고인의 형량이 감형된데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5,6공 정권때의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6.29선언을 받아들이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세운 점을 고려했다는 재판부의 감형이유에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보며,어떤 면에서는 우리사회 전체가 감형으로 그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당대의 재판에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은 어차피 어려울것이다.상고심이 남아있긴 하나 이제 당대의 재판은 사실상 끝난셈이다.그러나 역사의 재판은 남아 있으니 미진한 부분은 역사의몫으로 돌리고 이것으로 12.12와 5.18 은 일단 매듭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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