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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신교통체계 ‘무늬만 GRT’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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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관악구 삼성동(옛 신림10동) 휴먼시아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으로 이어지는 난곡길. 3일 오후 6시쯤 이곳은 버스와 택시·승용차가 뒤섞인 채 정체를 빚고 있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도 몇 대 통과하지 못하고 이내 붉은색으로 바뀌곤 한다. 휴먼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신대방역까지 3.1㎞ 구간을 자동차로 가는 데 30분이 걸렸다.

최근 3~4년 동안 길 주변 아파트가 재개발되면서 가구 수는 많아졌지만 차도는 왕복 2~4차로에 지나지 않아 이곳 난곡로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체증 해소를 위해 서울시는 내년 말까지 약 3000억원을 들여 신 교통수단인 GRT를 도입하기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당초 발표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GRT가 놓여지게 돼 주민들 사이에서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경전철과 함께 신 교통수단의 하나로 도입하려는 GRT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형국이다.

◆버스와 속도 같은 GRT?=서울시가 2005년 발표한 GRT안은 차도와 분리된 전용 노선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바닥에 매설된 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따라 차량이 자동 운행하는 이른바 ‘자석식’이다. 일반 차로를 이용한 버스·승용차 속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겠지만, GRT는 별도의 노선을 달리기 때문에 7~8분이면 단지와 지하철역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GRT 개통에 따른 혜택이 난곡 휴먼시아 아파트 3800여 가구 등 일부 주민에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아 GRT의 혜택을 받는 주민들이 예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2006년 GRT 계획을 변경했다. GRT 노선과 차도 사이에 경계석이나 울타리를 치지 않고, GRT 노선 위로 일반 버스도 다닐 수 있게 설계를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GRT 기종도 ‘광학식’으로 변경했다.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도로 표면에 심어진 유도장치를 감지해 따라 달리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등 단조롭게 구성된 대중교통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GRT 도입이 필요하지만, 도로의 효율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GRT 도로에는 버스도 함께 다니기 때문에 GRT가 버스보다 빨리 달리는 게 불가능해진다. 시간도 자석식 GRT에 비해 두 배 정도 걸리게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초의 자석식 GRT 계획을 환영했던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난곡 교통비상대책위원회 정재선 위원장은 “그냥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 되지 왜 굳이 돈을 더 들여 GRT를 도입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준 박사는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섣불리 GRT 계획을 발표한 게 문제”라며 “서울시가 여론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보니 결국 버스와 다름 없는 ‘무늬만 GRT’를 만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GRT(Guided Rapid Transit)=70~80인승 규모의 차량이 도로에 설치된 유도 장치를 따라 운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숙련도 있는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고, 유도 방식에 따라 무인 운전도 가능하다. 2005년을 전후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 프랑스 루앙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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