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판 최고롱런.최다관객 동원 두 연극인 기록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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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 두 남자가 사는 법.제1조 한우물을 판다.제2조 음지에서양지를 지향한다.
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의 눈에 동기동창 연극인 이길재(46)와 이용우(48)는.석기시대인'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한우물만 파겠다는 집요함과 끝내 지금 하는 작품을.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겠다는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특이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연출과 연기를 겸한 대학로의 중견 연극인.이용우는 문예회관 뒤편,세칭.뒷골목'에서 까망소극장을 4년째 운영하고 있고 이길재는 이보다 더 후미진 종로구효제동 골목에서 소극장 하나방을 만10년째 힘겹게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단지 직접 소극장을 운영한다는 면에서 보면 평생 소극장 하나 갖는 게 꿈인 대부분의 연극인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하다.하지만 이들의 매력이자 고집은 이게 아니다.
창작극.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까망소극장)과.바쁘다 바뻐'(하나방)만을 각각 7년과 10년째 공연하면서 최고 롱런작,최다관객동원 행진을 경쟁적으로 펼쳐나가는 고집불통들이다.그러면서도 둘은 작품성과 흥행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열심히 쫓고 있기도하다. 이문열의.…일그러진 영웅'이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89년 4월2일 지금은 없어진 신촌 연대앞 홍익소극장에서였다.
박종원감독이 영화로 만들기 훨씬 전에 이길재는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어 청소년 관객들의 발길을 묶었다.
92년 신촌시대를 끝내고 대학로에 입성한.…일그러진 영웅'은7년째 롱런하면서 총4천7백여회,38만여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래저래 이 작품을 거쳐간 배우도 4백명이 넘는다.
“가끔 쉬기도 하는 장기공연작 .품바'와 달리 이게 진짜 연속공연 기록”이라며 이씨는“.…일그러진 영웅'관람을 언젠가는 대학로의 명물코스로 꼭 인정받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진짜.기록'으로 치자면.바쁘다 바뻐'는 한술 더 뜬다.장소도 바뀌지 않은 채 87년 3월24일부터 만10년째 연속공연되고 있다.총6천회,추산관객은 60만명에 이른다.
염가티켓(5천~6천원)때문에.저질'오해와 질시를 한꺼번에 받으며 꿋꿋하게 버텨온 이용우는“마당놀이극에 대한 향수와 구수한재담.욕설, 객석과 무대가 따로 없는(하나방의 유래) 극장 때문에 관객이 줄을 잇는다”고 분석했다..바쁘다 바뻐'는 70년대 전후 판자촌에 사는 넝마주이 일가의 애환을 해학과 웃음으로풀어낸다.
하지만 롱런을 고집해도 이들이.떼돈'을 만져본 적은 없다.그저 한자리수의 관객이 찾아오더라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올려 연극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저 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사람은 74년 나란히 서울예전을 졸업,동랑레퍼토리에서한솥밥을 먹으며 오늘날 고집스런 연극관을 키워왔다.앞으로도 그들에겐 오직 한길밖에 없을 듯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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