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으로 본 97春夏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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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겨울의 문턱에서 여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계절에 앞서 새로운 옷을 지어내야 하는 디자이너들이 바로 그들이다.지난달말부터 잇따라 열리고 있는.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컬렉션'.뉴웨이브 인 서울 컬렉션'등 각종 패션쇼에서 디자이너들은저마다의 언어로 새해 봄.여름의 패션 흐름을 숨가쁘게 풀어내놓았다. 내년도 봄.여름의 치장을 위해 무대에 올려진 옷들은 빛깔과 선이야 모두 다르지만 예외없이 한가지 주제에 충실하다.지극히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천착이다.딱딱하고 각진 인상의옷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다.대신 부드럽게 몸에 감 기고 은은하게 맨살을 드러내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여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옷들이 전면에 나섰다.
.97 춘하 컬렉션'들에서 무엇보다 도드라지는 점은 무한대로펼쳐진 색채의 향연.흑백의 대비라는 고전적 배색은 사라질줄 모르지만 베이지와 카키,오렌지와 초록,분홍과 파랑,보라와 갈색등다양한 색감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다.한 옷속에 여러 색들이 공존할 수 있는 틀로서 갖가지 프린트가 시도된 것도 이채롭다.
.가늘고 길게(long & slim)'라는 디자인의 큰 흐름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몸에 밀착되는 셔츠와 바지,날씬한 바지정장,신체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원피스가 주류를이뤘다.그 가운데 밋밋함을 피해가려는듯 많은 디자 이너들이 약속이나 한듯.비대칭적(asymmetric)'디자인을 시도한 것이 재미있다.한쪽 어깨만 드러낸 재킷,앞이 길고 뒤는 짧은 바짓단,양옆의 길이가 다른 치마 밑선,한쪽만 깊은 트임을 준 스커트가 그런 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노출은 피하기 힘든.과제'.등과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홀터넥과 아예 끈이 없는 탱크톱,엉덩이선이 보일만큼 극도로 짧은 숏팬츠가 다채롭게 선보였다.쉬퐁등 시스루소재와 갖가지 문양의 망사.레이스가 각광받은 것 역시 노출 패션의 일환.하지만 이처럼 비치는 옷 안에는 새틴.실크등 광택소재 옷을 덧입어 천박함을 탈피해보려는 노력이 신선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오동명.장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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