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서울시 구청장 임명제 파문-市.구청 갈등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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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가에 파문을 몰고온 최수병(崔洙秉)서울시부시장의.구청장임명제'발언은 구청장들의 거센 반발에 서울시가.한발 빼는'모습을 보임으로써 급한 불은 진화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민선시대 1년6개월간 쌓였던 서울시와 구청간 내재돼왔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인데다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 그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순(趙淳)서울시장은 7일 항의성명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구청장들에게“구청장 임명제는 생각해 본적도 없다”며 구청장들을격앙시켰던 구청장 임명제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교통.환경.복지등 문제에 각 구가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시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정마비도 올 수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현재와 같은 시.구간 권한분배와 협력관계에 대해 새롭게 틀 을 짜야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崔부시장의 이번 구청장 임명제 발언은 구청의 독자적 권한행사가 시전체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근저에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주차단속권을 둘러싼 갈등은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시는 구청마다 주차단속 기준이 달라 시민들의 혼선이 야기되는 행정불합리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현행 도로교통법상 주차단속 권한은 경찰과 기초단체장에게 부여 돼 있어 시청의 개입여지는 없다.건축인허가를 둘러싼 문제 역시 균형발전에상당한 장애요인이라는게 시청의 판단이다.현행 건축법은 21층이하,10만평방미만의 건축물의 인허가권은 모두 구청장이 행사하며불량주택 재개발과 도심재개발 인허가 권도 구청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이밖에도 ▶식품.위생관련 인허가권및 단속권▶공원관리.매연차량단속등 각종 환경단속권▶4급이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등 대부분의 주요 행정권한이 구청장에게 위임 또는 귀속돼 있어 효율적인 행정이 어렵다는게 시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구청장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7일 오전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구청장간담회는 한마디로 趙시장을 비롯한 본청에 대한.성토장'이었다.구청장들은 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지금까지 시에.양보'한 것에 불과하며 남은 임기동안만이라도 자신들의 권한을 찾아오려는 것에 불 과하다는 주장이다.구청장들은 또 일본 도쿄(東京)도의 예를 들며 도시계획입안과 건축.도시재개발.도로확장등에서 더 많은 권한을 구청장이행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발언파문을 계기로 시.구청간 현안이 돼왔던 구청 기획실장등에 대해 구청장들이 독자적인 인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趙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국민회의출신 구청장들이 등을 돌리는 사태까지 예상돼 시.구청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될전망이다.

<문경란.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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