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맘껏 써도 귀 괜찮은 이어폰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마음껏 음악을 들으면서 청력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음악과 함께 주변 소리도 모두 들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음악이 될 거다,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음악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엔텍의 최성식(사진) 대표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스스로 ‘아마추어 음악가’라고 말할 정도다. 중학교 2학년인 최 대표의 딸도 그를 닮아 음악을 좋아한다. 하루종일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최 대표는 문득 딸의 청력이 걱정됐다.

“이어폰은 외부 공기를 차단해 귓속 압력을 높이고 그 충격이 바로 고막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안전사고가 발생합니다. 등산하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신체 균형감각이 무너지면 추락할 수 있고, 운전 중에도 위험 신호의 방향을 구분하지 못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최 대표는 ‘골전도’라는 개념을 접했다. 소리를 직접 귀속에 흘려보내지 않고 피부와 뼈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이다. 귀 내부에 거의 자극을 주지 않고, 귀를 막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균형감각을 유지하고,주변의 위험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출시된 엔텍의 ‘바이브 체감이어폰 BS NVE-100’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

“1984년 현대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02년 엔텍을 창업한 이후까지 22년동안 컴퓨터 기술과 개발에 관련된 일을 해왔습니다. 이어폰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지요. 엔텍의 20여 명 직원들이 모두 체감이어폰 임상실험의 피실험자가 됐습니다. 처음 만들었던 백폰(귀에 걸어 목 뒤로 착용하는 이어폰) 형태의 골전도 이어폰은 이명 라인을 자극해 구토를 유발했습니다. 애정을 갖고 1년이란 시간을 투자한 제품이었는데 고스란히 포기하고 사업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이후로도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3년만에 출시된 이 제품이 더욱 애틋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대표는 이 제품을 통해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소리 하나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리를 느끼라”는 것이 최 대표의 충고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볼륨을 끝까지 올리고 그래서 귀를 망가뜨리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고막의 충격 대신 가벼운 진동의 느낌이 음악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지요. 바이브 체감이어폰은 음악을 듣는 동시에 진동을 느끼게 합니다. 묵직한 저음과 진동이 함께 느껴지면 실제 옆에서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실감나는 게임을 위해 일부러 게임 전용 진동기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별다른 구매 비용 없이도 생생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 대표는 컴퓨터 음성 파일을 이용해 듣기와 말하기를 반복하는 영어회화 학습이나, 업무 중 음악을 감상할 때도 유용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런 모든 것들을 “소리를 세상과 단절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최 대표는 내년에 바이브 체감이어폰의 2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음질 부분을 개선해 이어폰 수준의 음향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배속에 있는 아기만 들을 수 있는 ‘태교폰’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윤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