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差損 회계처리 하소연-업계,"수지악화" 기준개정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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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규모 환차손(외화환산손실)의 처리방법을 놓고 기업들의 로비가 한창이다.12월결산 상장기업(금융업을 제외한 5백76개사)전체가 올해 상반기에 입은 환차손은 1조4천억원.현행 회계처리기준에는 환차손 전액을 해당 회계연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게 돼있어 기업들의 수지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가령 대한항공의상반기 적자 2천5백억원중에는 환차손 1천6백억원이 포함돼 있다.대우경제연구소 박춘호 연구위원은 환차손을 제거할 경우 상기(上記)상장기업 전체의 매출액경상 이익률이 1.6%에서 2.4%로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업계.상장회사협의회등을 통해 기업회계기준을 개정해 줄 것을 증권감독원에 정식으로 건의했다.증감원 관계자는“기업별 환차손 규모를 파악하고 각국의 회계처리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힐 뿐 구체적 입장표명은 피하려는 눈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신용평점이 나빠져 해외자금 조달에 차질이생길 것”을 우려한다.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국기업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얘기다.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94~95년 대규모 환차익이 발생했을 때는 잠자 코 있다가 손실이 생기니까 죽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일종의 이익조작으로.
계속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있다.국제적인 회계기준도 환차손을 당기(當期)에 반영하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은 인정된다.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터에 국제관행을 무시하는 것도모양이 좋지 않다.과연 개정해야 하는가 또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전문가들이 따질 것이다.
다만 94년 개정시 이런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채 국제기준을 무작정.베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국내외 여건이 바뀔 때마다 회계기준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권성철 전 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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