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포트>프랑스,'아프리카 껴안기'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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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2차대전이후 프랑스가 독점적 헤게모니를 장악해왔던 아프리카국가들이 최근 하나둘씩 자신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4일 서둘러 서부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 가봉등 30여개국 정상들을 불러 이틀간일정의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회담 주제가.선정(善政)과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을 다독거려 자신의 울타리안에 두려는 의도가 짙다.아프리카의 맹주를 자처하며 2년전 르완다 사태에 단독 군사개입도 마다않던 프랑스도 최근 자이르 사태에는 상황이 달라졌 음을 느껴야했다. 경제적 여력도 없지만 더 이상 프랑스의 독주를 인정하지않으려는 미국과 유럽 다른 나라를 무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 혈맹'인 세네갈이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군사훈련을 실시했을 때도 불쾌감 표시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지하자원개발 기술이 필요한 말리.코트디부아르.앙골라등은 아프리카의 새 강자로 부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더 구애(求愛)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과거 맹목적이다시피 프랑스를 추종하던 이 지역 지도자들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느끼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로서는 아프리카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각종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 아프리카는 연간 수출물량 8백억프랑(13조여원)에 전체 시장의 21%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의 교역 파트너다.
또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0.64%를 아프리카에 지원하는 최대의 원조국이기도 하다.현재 아프리카의 7억 인구는 2010년 11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장차 엄청난 경제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시라크대통령이 지난해 7월 당선 직후 첫 해외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배경도 공들여 쌓은 프랑스의 입지를 남에게 거저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군사적으로는 세네갈등 사하라사막 이남 프랑스어권 7개국에 8천30명의 자국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아프리카 입장에서도 아직은 프랑스가 필요하다.국제무대에서자신들의 변호인을 자임할 국가는 현재로서는 프랑스가 가장 믿음직하다.결국 이번 회담은 신제국주의라는 비난속에 프랑스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포용할 수 있을지 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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