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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중국 관광대국화의 첨병 하이난(海南)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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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애(天涯, 톈야)는 하늘의 끝,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한다. 중국의 남쪽 섬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남쪽 해변에는 천애해각(天涯海角)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중국에서도 지극히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하늘의 끝이라 부른 것이다. “하늘 끝에서 유랑하는 다 같은 신세니, 만나면 그만이지 옛 사람 아니면 어떠랴(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 당(唐)대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비파행(琵琶行)에서 천애를 이승과 같은 뜻으로 읊었다.

중국의 ‘천애(天涯)’ 하이난(海南)이 성(省)으로 승격한 지 20주년을 맞아 국제적 수준의 관광지로 변신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중국은 1억371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을 맞이하여 관광객 ‘수입국 1위 국가’가 되고, 세계로 나가는 여행자 숫자가 1억 명을 넘겨 ‘송출국 4위 국가’가 될 것”

유엔세계관광기구(United Nations World Tourism Organization: UNWTO)가 내놓은 2020년 국제 관광업계에 대한 예측이다. 중국은 ‘국제관광의 견인차’라는 국가적 목표를 정하고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상하이 엑스포는 세계 관광대국 중국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도약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관광대국화 프로젝트의 중심에 하이난다오(海南島)가 있다. 올 4월 중국 국무원은 하이난다오가 제출한 ‘국제관광 섬’ 건설 신청을 비준했다. 하이난은 면적 3만4300㎢로 타이완보다 약간 작은 중국 제2의 섬이다. 면적 1,848㎢의 제주도 보다 약 20배 가까이 넓다. 한국의 제주도와 일본의 오키나와는 하이난의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다. 하이난의 성도 하이커우(海口)시는 제주도의 제주시, 하이난 남쪽의 산야(三亞)는 서귀포 중문단지와 위치도 성격도 비슷하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언론인들과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언론인들이 모두 하이난 하이커우에서 간담회를 위하여 만났다. 왕윈차이(王運才) 신화통신사 하이난분사 사장은 하이난의 현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이난은 중국에서 가장 큰 경제특별구다. 200만㎢의 해역과 3만4300㎢의 육지를 포괄한다. 인구는 840만 명이다. 지난해는 성 생산량 1230억 위안 재정수입 150억 위안을 기록했다. 성 성립 20주년이 되는 올해 하이난의 경제 발전은 순조로워 역대 수치를 모두 초과했다. 하이난의 지난해 수출입 화물 총액은 30억 위안에 달했다. 올해는 1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하이난 경제의 잠재력을 보란듯이 자랑했다.


▲하이커우보세구역에 있는 삼성 광통신 공장

하이난은 관광 발전을 위해 무비자, 무관세와 취항 자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02년 4월부터 도착비자제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잠시 중지됐던 도착비자제는 10월부터 재개됐다. 공항에서 내려 160위안만 내면 15일 동안 머무를 수 있는 비자가 바로 발급된다. 최근에는 하이커우, 산야, 총하이(瓊海), 완링(萬寧) 네 곳에 시내 면세상점을 건설 중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쇼핑 천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관광업에만 힘쓰는 것이 아니라 산업발전도 놓치지 않는다. 대규모 보세 산업구역이 그 중심에 있다. 도착 둘째 날 기자단에게 저녁을 대접한 하이커우 보세구관리위원회 아오양페이(歐陽飛) 부위원장은 “삼성 광케이블이 2004년 하이난성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 기공식에서 공장 가동까지 1년 밖에 안 걸렸다”며 하이난의 기업 친화적인 행정서비스를 강조했다.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위한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말이다.


▲보아오아시아포럼 국제회의 센터 인근 골프장


▲보아오아시아포럼 국제회의 센터


▲보아오아시아포럼 회의장

다음날 한중 언론인 일행은 하이난 중동부 해안의 보아오(博鰲)를 찾았다. 세 개의 강이 바다로 흘러 나가는 곳에 위치한 보아오는 2002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하이포럼이 개최되면서부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현재 3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 국제회의장과 온천 및 골프장을 갖춘 휴양지로 개발됐다. 국제적 관광 시설 확충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하이난 경제특구는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이 1987년 제안하여 설치됐다. 당시 선전은 홍콩, 주하이는 마카오, 푸둥은 상하이를 배후도시로 하여 경제특구가 설치되었던데 비하여 하이난은 배후도시도 없었고 면적도 가장 넓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위험한 실험이었다. 당시 덩샤오핑은 “만일 20년 동안 하이난의 경제발전이 타이완의 수준에 이른다면 이는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며 하이난의 실험에 기대를 표시했다. 이십여년이 지난 2007년 한해동안 1845만 명의 관광객이 하이난을 찾았다. 그 중 75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2013년까지 150만 명, 2020년 5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하이난 관리와 주민들은 세계 관광대국 중국의 최선봉에서 척후병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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