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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능-복합지능 총공세-'마음의 틀' 이어 '감성지능' 등 속속 국내 번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능지수(IQ)왕국'이 흔들리고 있다.거의 1세기동안 인생의 성공여부를 말해주는 지수로 믿음을 심어온 IQ의 효용성이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수리·언어·추리 능력을 말해주는 IQ만으로는 인생을 사는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주공격수는 ‘감성지능’과 ‘복합지능’이다.

현재 서구 학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들이다.이런 지능을 논한 책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번역 소개되고 있다.이 책들은 학교우등생과 사회우등생이 결코 동일하지않은 배경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다음주 국내 독자들을 찾을 대니얼 골먼의 ‘감성지능’(상·하,비전코리아刊)에 먼저 접근해보자.바로 10년전 미국 심리학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감성지능이란 개념을 대중적으로 퍼뜨린 책이다.감성지능의 본질과 중요성을 쉽게 설명해 미국에서만 50만권 이상이나 팔렸다.

골먼은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잘 다룰줄 아는 능력이IQ보다 월등히 중요하다”고 역설한다.감정을 다룰줄 아는 능력이 바로 감성지능이다.여기서 나온 ‘감성지수’(EQ)가 유행하고 있다.감성지능은 요약해▶자기자신의 감정상태를 정확히 인식할 줄 알고▶그 감정을 타인에게도 적절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충동을 자제하고▶분노를 삭일줄 알며▶사물을 가급적 낙관적으로 파악할줄 아는 능력등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이 능력이 적절히 발휘되면 원만한 대인관계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 인용한 연구결과 중 충동자제와 감정공유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예.60년대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이 네살짜리 유치원생들에게 버티기 어려운 ‘미끼’를 던졌다.지금 당장 사탕 1개를 먹든지 아니면 연구원들이 다시 돌아오는 20분후까지 기다렸다가 2개를 먹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주문이었다.12년뒤 이들의 학업성취도등을 분석한 결과 사탕 1개를 더 얻기 위해 20분을 기다릴줄 알았던 아이들,다시말해 눈앞의 유혹을 자제할줄 알았던 아이들이 당장 사탕을 먹은 아이들보다 학교생활 적응력이 훨씬 뛰어났고 대학수능시험과 비슷한 SAT에서 평균 2백10점이나 높았다.눈앞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아이들은 고집이 세고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엔지니어링 싱크탱크인 벨 연구소.이곳의 ‘스타’들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거리낌없이 동료들을 찾아 자문하는 사람들이다.그래서 일도 남보다 신속하게 처리해낸다.이들은▶컨센서스(총의)를 모으는데도 뛰어났고▶다른 사람의 설득도 잘 받아들이고▶사물을 대할때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한편 독일의 도리스 마틴과 카린 벡이 쓴‘EQ’(해냄刊)도 골먼의 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이 책에서도 감성지능의 요소로▶자기감정의 정확한 인식▶감정의 조절과 통제▶타인과의 감정소통능력▶사회적 관계의 형성▶잠재능력의 개발등 다섯가지가 나열된다.

여기선 잠재능력의 개발이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그러나 이것도 ‘항상 성실하게 임하고 즐거움과 자신감을 가지며 어쩌다 패배를 경험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란 설명이어서 매사에 낙관적이어야 한다는 골먼의 주장과 비슷하다.남녀 애정관계나 직장에서 감성지능을 활용하는 요령도 눈길을 끈다.저자는 아울러 “감성지수가 낮은 부모밑에서는 자녀의 감성지능 향상이 불가능하다”며 부모부터 먼저 감성지능을 터득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서구 학계에서는 지난주 서울에서 강연회를 가졌던 피터 샐로비 예일대 교수와 존 메이어 뉴햄프셔대 교수가 감성지능의 창시자로 꼽힌다.그러나 이 개념은 이미 지난 83년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마음의 틀’이란 책을 통해서였다.이 책도 지난해 말 문음사에서 번역 소개한 뒤 꾸준히 읽히고 있다.미국 경영계에서는 가드너교수의 이론이 더높이 평가받는다.

가드너의 주장은 한마디로 ‘복합지능’으로 요약된다.인간의 지능에는IQ에 나타나는 수리·언어·추리능력과 감성지능의 근간을 이루는 대인관계 외에도 음악적·공간적·육체적 감각등 세가지가 덧붙여진다.가드너교수의 이론은 현재 미국에서 어린이들의 지능개발용 장난감 제작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정명진 기자>

골먼이 인터넷에 올린 EQ 테스트 문항

€ 자신의 아주 민감한 감정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다. ®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을 이용한다. ? 나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 화가 나면 노발대발하거나 말없이 씩씩거린다. ? 눈 앞의 희열을 얻기보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그 희열을 유보해둘 수 있다. ? 시험이나 공개토론등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 실망스런 일과 맞닥뜨려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이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감정을 잘 감지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동조적이게 된다. ?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 조직이 은근히 내세우는 요구사항을 쉽게 느낄 수 있다. ? 비참한 감정을 느껴도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 대답이 ‘항상’이면 4, ‘대체적으로’면 3, ‘간혹’이면 2, ‘드물게’면 1, ‘전혀’면 0 점.단 3·4 ·6·10번의 경우 배점이 거꾸로 된다.총점이 36점 이상이면 EQ가 매우 높고,25∼35점 사이면 양호하며 24점 이하일 때는 향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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