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씨, “선플달기 중국 전파 … 겸따마다 운동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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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네티즌들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글을 올리는 캠페인을 벌이겠습니다.”  

선플달기 국민운동본부(이하 선플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민병철(57·사진) 중앙대 교수가 이 운동을 중국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선플은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악성 댓글의 반대말로, 긍정적인 글이나 칭찬·격려성 댓글을 가리킨다. 민 대표는 재중 한인회가 중국 내 혐한 여론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전개하고 있는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겸따마다)’ 운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이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2일 서울에 오는 베이징시 교육위원과 교장 등 24명을 초청해 한국의 선플달기 운동을 알릴 예정이다. “선플 하면 곧 한국이 떠오르게 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 선플 운동을 보급하면 자연스럽게 한류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민 교수는 해외에 이 운동을 보급하기 위해 선플을 발음이 비슷한 ‘선풀(sunfull)’로 표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햇빛(sunshine)이 가득 찬(full) 글이란 뜻이다. “영어인 ‘포지티브 커멘츠(positive comments: 긍정적인 의견)’로 소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풀’이라는 이름으로 알리면 운동이 한국에서 비롯했다는 게 확실해지잖아요.”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CNN은 이 운동을 보도하면서 선풀로 표기했다. 민 대표는 이 운동을 상징하는 꽃으로 해바라기(선플라워)를 지정하기도 했다.

그가 민간단체인 선플운동본부를 세운 것은 지난해 봄. “정부와 정치권 모두 악성 댓글 문제의 심각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악성 댓글을 법으로 규제할 경우 헌법상 표현할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죠. 그래서 민간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운동본부를 설립했습니다.”

이 운동에 참가한다고 무조건 칭찬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민 대표는 건전한 비판과 근거 없는 비방은 다르다고 말했다. “건전한 비판까지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감정적으로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악성 댓글을 인터넷에 올리지 말자는 것이 선플 운동의 취지입니다.”

그러면, 영어로 유명한 사람이 왜 선플 운동을 벌이게 됐을까.

“제게 영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죠. 제 꿈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고, 이제 선플 운동을 인생 목표로 잡았습니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통 선플 운동 생각뿐입니다.”

그는 이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올해 강의도 쉬고 있다. 선플운동본부 직원 급료와 운영비는 사재를 털어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취지를 일일이 설명한 결과 영화배우 안성기씨, 탤런트 유동근씨, 방송인 김제동씨를 선플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며느리인 아나운서 이혜승씨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국 20여 개 학교가 이 운동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이 캠페인을 기업과 관공서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장과 직원들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과 글을 사용하면 생산성 증가는 물론 노사관계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나라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죠.”

민 대표는 선플 운동을 하면서 독특한 변화를 체험했다. “이 운동을 시작한 뒤 이마에 주름이 없어졌습니다. 더 젊어진 거죠.”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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