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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화기행>뮌헨 마리엔 광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마리엔 광장은 옛 시가지의 중심지로 뮌헨에서 가장 활기차고 번화한 거리다.오후에 관광객들과 행인들로 북적대는 이곳을 기웃거리다 이상한 집회를 목격했다.한 스무명 남짓한,제복을 입은 성인 남녀들이 마이크를 잡고 뭐라 큰 소리로 떠들 고 그 주위를 일반시민들이 웅성거리며 둘러싼채 구경하고 있다.옆에 마련된임시 단상엔 밴드까지 동원돼 있다.이제까지 유럽을 다니며 마주친 대부분의 가두집회가 그랬듯 주최측이나 구경꾼들의 모습에선 한국과 같이 팽팽히 대치하는 긴장감이 란 찾아볼 수 없다.대신영문모를 흥겨운 잔치 분위기가 광장을 지배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해 마침 옆에 서있던 젊은 여자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녀 역시 관광객이라 모르겠다며 웃는다.목을 길게 뺀채 앞을 주시했으나 주최측이 내건 조그만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았다.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가서 제복을 입은 여자에게 몇마디 건네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그녀가 건네준 조그마한 홍보용 전단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이 보다 안전하게 살기를 원한다.당신은 당신의이웃을 아는가.이웃이 이웃을 돕는다.” 맙소사.뮌헨시 경찰의 가두 캠페인이었던 것이다.경찰이 데모하고 시민이 구경하는 모습이란 내겐 너무도 낯선 풍경이다.처음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웃음이 나왔다.여기 경찰은 저렇게도 할 일이 없나.시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경찰의 자발 적인 집회라니….한국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다시금 그들,유럽의 발달된 시민사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딱딱한 줄만 알았던 독일의 경찰조차 가끔씩 이런 귀여운 애교를 피우는데 하물며 다른 나라들은 어떨 것인가.
아! 그들의 그 느긋함,여유가 정말 부럽다.
뮌헨에서 내가 값싸게 부담없이 즐긴 음식중의 하나가.케밥(Kebab)'이다.둥글넓적하고 딱딱한 빵을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양고기를 구워 가늘게 썬 것에 마늘.양파.토마토 소스.후추등의 갖은 양념을 해 버무린.속'을 집어넣은 일종 의 샌드위치라 할 수 있다.그러나 맛은 미국식 샌드위치나 햄버거와 비교할수 없을 만큼 좋고 무엇보다 우리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는다.아마도 직접 그 자리에서 고기를 구운데다 마늘양념이 스며들어 케밥 특유의 깊고도 오묘한 맛을 내는 것같다.니스에서 우연히 처음 먹어 보고 맛이 괜찮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뮌헨에와보니 거리의 작은 골목마다 케밥 집들이 깔려있다.내가 묵었던호텔에서 역까지 가는 길에만 서너 집이 있을 정도였으니까.값싸고 양도 푸짐한 케밥 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붐비는 점심때면 자리를 찾기 힘들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음식인가 물어보면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터키사람에게 물어보면 터키 음식이라 우기고,그리스사람에게물어보면 그리스 음식이라 주장한다..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의 터키와 그리스,두나라는 전쟁만 하는줄 알았더 니 음식을 갖고도 이렇게 싸운다.
〈시인〉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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