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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오락가락하다 ‘로또 전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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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일 오전 1시40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위원회 소회의실. 서울시교육위 ‘동의안심사소위원회’ 한학수(64) 위원장이 “특성화중학교 지정 동의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3개월간 서울의 교육현장에 혼란을 불렀던 국제중 설립 문제가 결말이 난 것이다. 대원·영훈 국제중은 내년 3월 개교가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위가 ‘사교육 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시교육청의 설립동의안을 보류한 지 보름 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국제중 설립을 위한 특성화중을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국제중을 둘러싼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신입생 선발방식이 1단계 서류전형→2단계 개별면접→3단계 무작위 추첨이어서 변별력 없는 ‘로또 전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학교 설립 취지를 지키려면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을 뽑아야 하는데 사교육비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참학)’와 전교조 등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중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기회균등을 침해한다”며 “다음 주 중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변별력이 문제=시교육청은 6일 두 학교의 전형요강을 승인할 예정이다. 올 8월 국제중 추진 계획을 처음 발표하면서 시교육청은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며 3배수 추첨제 전형안을 내놓았다. 청심·부산국제중에는 없는 방식이다. 또 다른 국제중이 이미 시행 중인 학업·영어면접도 제외시켰다. 시교육위 보류결정 이후에는 자기소개서(1단계)와 토론면접(2단계)도 빼버렸다. ‘로또 전형’과 ‘무늬만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반대여론만 의식해 만든 어정쩡한 전형안”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선발 자율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력·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 없이 운으로 합격하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3단계 입학전형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문제점을 보완해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혼선 책임론=국제중 개교는 확정됐지만 찬반 양측 모두 비판하고 있다. 국제중 설립 반대를 주장해 온 ‘참학’ 박범이 서울지부장은 “불과 보름 만에 무엇이 보완되고 무슨 사회적 성숙이 이뤄졌느냐”며 시교육위를 비난했다. 찬성 입장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이윤희 서울공동대표도 “100년 대계인 교육정책이 반대세력에 밀려 오락가락했다”며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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