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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도 변해야 산다-설땅 좁아져 중개무역등 새市場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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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9일 밤 서울 도심의 한 종합상사.밤이 이슥하도록 불빛이 켜진 곳은 내년 수출전략을 짜는 부서를 비롯해 몇몇 사무실밖에없다.거의 전직원이 새벽까지 일하곤 하던 70~80년대의 활기찬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첨병으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종합상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되던 75년 50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의 수출규모가 어느덧 1천억달러를 넘어서게 된 데는 종합상사의 역할이 컸다.세계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해온 상사맨들의 피땀어린 노력도 바탕이 됐다.
그러던 한국의 종합상사가 전환기에 들어섰다.전체 수출에서 46%(95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아직은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올해 10월까지의 수출신장률은 7.3%에 불과하다.지난해 신장률 38.6%에 비하면 엄청난 감소다.
올해 수출부진의 1차적 원인은 반도체.철강등 우리 주력상품의경쟁력이 급락한 데 있다.게다가 상사가 대행하던 수출을 제조업체가 직접 하는 곳이 많아져 상사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또 그룹내 계열사와 반도체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이들 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종합상사도 수출이 줄고 채산성이 악화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상사마다 난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묘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업체마다 2000년대 비전을 발표하고.세계의 상사'.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를 향해 달려가고있다.▶신규시장 개척▶글로벌 판매유통망 구축▶ 그룹의존도 축소및 중소기업 동반수출 확대▶해외개발사업 박차▶정보통신분야 강화▶전문상사맨 육성등이 주요 내용이다.사업구조조정 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업체도 있다.주요 종합상사의 내년이후 사업전략을 살펴본다. ◇업체별 전략=10월말 현재 삼성물산을 제치고 수출 1위로 올라선 현대종합상사는 자동차대리점및 중장비.공작기계 수출을 위해 설치한 현지 판매지점이나 수출대상 국가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자동차.조선.중공업등 계열사 해외공장의 현지 협력업체를 파고들어 부품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TV.자동차등 단일상품 수출보다 대형 프로젝트 개발에 역점을 둘 예정.
삼성물산은 수출비중이 50%에 이르는 반도체의 가격하락으로 지난달 수출기업 1위자리를 빼앗겼으나 실적보다 내실 위주의 수출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그룹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전기전자.
화학.선박등 중화학제품의 수출을 강화하고 철강.섬 유는 동남아위주로 신규거래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대우는 올해 그룹의 세계경영전략이 결실을 거둬.1백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자동차.전자.통신.중장비등 그룹의 주사업분야를 중심으로 장비및 부품 수출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특히 자동차.전자는 해외공장에 대한 부품수출이 크게 늘어 날 것으로 전망한다.해외 현지 직판체제를 강화해 글로벌 판매유통망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사업중 하나.
LG상사는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투자하고 신규사업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러시아 사하공화국의 가스전과 비철금속류등의 해외 자원개발사업,한.러 무역센터,인도네시아 주택개발,중국 판위시 유통단지조성등 해외의 유통및부동산개발사업,태국등 동남아지역에 대한 플랜트 수출에도 관심이높다.선경은 그룹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정보통신분야가 회사 성장을 리드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게 1차 목표다.
또 최근 중국측과 합의한 한.중 합작 종합상사의 착근(着根)시기를 앞당겨 중국내 개발사업의 참여폭도 넓힌다는 것.내수 쪽에서는 캐주얼 위주의 의류사업을 아동복까지 확대할 것을 검토중이다. 쌍용은▶정보통신업체와 해외지역의 통신망사업 공동참여 추진▶시멘트공장.발전설비.석유화학.자동차등의 플랜트사업 확대▶중국.인도.남미지역의 자원개발사업 신규 참여▶소프트웨어 유통망구축.영상사업 확대등 유통및 물류사업을 4대 중점사업으로 잡고 있다. 효성물산은 개도국에 대한 수출용 원.부자재 판매를 확대하고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며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상품을 주력으로내세울 방침이다.
◇전문가 조언=신만수(고려대 경영학과)교수는 종합상사의 변화방향에 대해“3국간 거래나 연계무역과 같은 새로운 무역형태의 비중을 높이고 제조업체 단독으로는 어려운 큰 프로젝트나 신규사업의 공동 추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 다.
그는 또“제조업체나 중소기업의 단순 수출대행자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술.금융.유통.마케팅정보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파트너'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무역협회 신원식(申元植) 이사는“달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 해 환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개도국시장의 대형 개발계획을 눈여겨볼 것이며▶공공개발 원조자금을 끌어오는 것을 비롯,금융기법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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