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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리포트>대만,폭력조직과 한판승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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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슴없이 해대는 총질에 숨져가는 정치인'-.
영화에서 나올법한 장면이 대만에서 실제상황으로 벌어지자 대만당국이 폭력조직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만을 이탈리아 시실리섬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지난 21일 대만 북부 타오위안(桃園)현 류방유(劉邦友)지사 일행 8명이 현지사 관저에서 무장한 갱스터 2명의 총격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만섬 전체가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
폭력조직 근절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대만입법원은 22일 범법자의 선거참여 평생금지와 범법자를 후보로 천거한 정당을 처벌한다는 내용의.조직범죄방지조례'를 서둘러 통과시켰다.
현지사 피습사건은 부동산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더 큰 문제는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지시아래가장 역점을 둬 추진해온 갱들과의 전쟁이 한창인 시점에서 이를비웃듯 사건이 터졌다는 점이다.
대만은 지난 6월 취임한 랴오정하오(廖正豪)법무부장의 지휘아래 갱 거점과 윤락가.도박장에 대한 급습으로 사해방(四海幇)의차이관룬(蔡冠倫)등.따거(大哥)'로 불리는 거물급 갱 10여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9월엔 공직사회에 침투한 갱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벌어져 9월18일 장화(彰化)현 녠중런(粘仲仁)부의장이,10월8일 펑산(鳳山)의 시민대표인 천융뱌오(陳永標)가 구속됐다.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갱들과의 전쟁은 마침내 경제부가 법무부로 직접 공문을 보내 경제부의 부패를 조사해달라는 상황에 이르렀고 종교계에까지 사정(司正)의 칼날이 내려졌다.
이를 피해 크고 작은 1천개의 폭력조직중 일부가 대만탈출을 시도,8월 한때 대만~마카오행 항공권이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그러나 천도맹(天道盟).죽련방(竹聯幇).송련방(松聯幇).사해방등 대만 4대 방파의 저항도 결코 만만 치 않다.아예 직접 선거에 입후보해 신분을 세탁시키거나 공권력에 테러로 맞선다.대만 지방의원 8백82명중 약1백50여명이 갱조직과 연루돼있고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만도 70여명에 이른다.
대만은 지난 84년과 92년 각각 갱들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였으나 갱조직의 뿌리는 요지부동이다.이번 3차 소탕작전이 과연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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