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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공연 뭐 있지? 말만 해도 검색 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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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0년 뒤 검색엔진은 인공지능과 비슷해진다. 사용자의 위치와 검색어의 사회적 맥락까지 파악해 인류의 삶과 일을 바꿀 것이다.”

이 달로 창사 10주년을 맞은 미국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래 검색엔진은 ‘지금 서울인데 어떤 공연을 보러 가면 좋을까’ 같은 의견을 물어도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분석할 데이터 양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뜻하는 클라우드(구름)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모바일 인터넷과 검색 기술의 발전으로 개개인을 겨냥한 광고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1년부터 구글을 이끌어 온 슈밋 회장의 이런 생각이 세계 20개 국 2만여 ‘구글러(구글 직원)’가 공유한 비전임을 보여주는 이색 이벤트가 최근 진행됐다. 회사 블로그(googlekoreablog.blogspot.com)에 각 사업부문 책임자 10명이 ‘검색이 바꿀 10년 뒤 세상’에 대한 소감 10편을 순차적으로 올린 것이다. 시리즈 머리말에는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의 이런 표현이 들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대 포털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음성·영상·자연언어로 검색=마리사 메이어 검색 담당 총괄 부사장은 “10년 뒤엔 달리는 차 안이나 보트에서도 검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는 컴퓨터로 검색할 수도 있다. 이는 검색 방식이 기존의 텍스트에서 음성이나 자연언어로 변모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림이나 영상·노래를 직접 검색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가령 날아가는 새를 찍은 영상만으로 그 학명(學名)을 알아낼 수 있다.

또 미래 검색엔진은 사용자 개인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가 어디 있는지, 자주 가는 장소와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파악해 가장 적합한 형태의 미디어로 검색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앨프리드 스펙터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인텔리전트(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이처럼 방대한 정보를 각종 기기들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어감·의도·의미 같은 개념 정보까지 수집해 처리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메이어 부사장은 “머지않아 검색은 사용자가 보고 아는 모든 것을 사진처럼 저장했다가 그때그때 찾아 보여주는 최고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이 사물을 연결=10년 뒤면 세계 인구의 70%가 유·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리란 전망이다. 빈트 서프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는 “각종 기기와 가전제품들은 인터넷의 주요 구성요소가 돼 상상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령 누군가 호텔방에 들어가면 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방 번호와 위치, 실내에 있는 정보기술(IT) 기기의 종류를 파악한다. 안경이나 자동차 열쇠엔 무선인식기술(RFID) 칩이 부착돼 휴대전화로 위치를 즉각 추적한다. 전력 송전 시스템 또한 인터넷 서비스 네트워크로 변신해 전력 소비를 직접 추적·관리한다. 사람들은 IPTV(인터넷TV)로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의 추격신을 보다가 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본 다른 영화의 유사 장면으로 바로 넘어갈(하이퍼링크) 수 있다. 각종 과학실험 결과는 온라인상에 저장돼 배포·공유·재생산이 쉬워진다.

◆휴대전화 센서는 정보탑=지구촌 휴대전화 가입자는 32억 명으로 추산된다. 수년 안에 10억 명 정도 더 늘어날 것이다. 앤디 루빈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10년 뒤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강력한 센서를 탑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는 유능한 비서로 거듭난다. 예컨대 사용자가 단골 식당에 가려고 하면 이를 감지한 휴대전화가 현재 교통 상황과 주차 장소를 알려준다. 애완견 가게 쇼윈도의 강아지를 유심히 살피면 나침반과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품종·가격 등을 가르쳐준다. 여행지에서 가볼 만한 곳을 물으면 주변 명소에 대한 웹상의 평가와 사진을 보여주고 가는 길도 안내한다. 한편 각각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는 가상공간에서 결합해 거대한 정보군을 형성한다.

◆날개 다는 중소기업=IT의 발달은 중소업체의 정보 접근권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10년 뒤에는 그 혜택이 더욱 커지리란 게 할 배리언 수석 경제학자의 의견이다. 배리언은 “지금은 큰 기업만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팔 수 있지만 미래엔 작은 기업들도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어디서건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지식과 기술을 사고파는 일이 일상화하면서 중소기업도 주문형 컨설팅이나 전문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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