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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국책사업>2.인천 지하철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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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천시남동구구월동과 간석동에 걸쳐있는 지하철 1호선 1-11공구 현장.인천시청에서 2백쯤 떨어진 이곳의 공사구간은 1㎞.
94년말 삽질이 시작됐으나 2년이 다 되도록 아직 땅조차 파내려가지 않은 곳도 있다.
이미 땅속에 묻혀있어야 할 철근.파이프.철제빔등 각종 자재들이 시뻘겋게 녹슨채 공사장 칸막이 안에서 잠만 자고 있다.공사장은 도로 한차로를 점령했거나 아예 일부 구간을 막아버려 교통혼잡으로 겪는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인근 주민 김원재(金元載.36.상업)씨는“툭하면 공사가 중단돼 공사를 하는건지 안하는건지 모르겠다.출퇴근때마다 인근 도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 불평했다.
완공 2년여를 앞둔 현재 공정은 15%.건설회사측은 제 공기를 맞추려면 공정이 50~60%는 돼야한다고 털어놓았다.
이곳의 공기가 지지부진한 것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때문.무허가판자촌에 대한 이주대책을 계산에 넣지 않고 공사부터 시작하자 철거민들이 몰려와 공사장을 점거해 버렸다.
지난해말 간신히 합의를 끝내자 이번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진동과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며 법원에.공사정지 가처분신청'을냈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앉아서 3억6천여만원의 손해를 봤다. 인천시 지하철건설본부 정순홍(鄭淳弘)공사1부장은“98년말까지 완공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그러나 공사를 맡은삼환기업 조융호(趙隆鎬)관리과장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공사에 앞서 주민민원을 해결하는 것은 기초사 항이다.여건이 갖춰지지도 않은채 삽질부터 한게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인천 지하철공사는 계양구귤현동에서 연수구동춘동까지 24.
6㎞,인천의 남북을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92년 9월 사업착수가 결정됐고 93년 설계가 시작됐다.

<인천=김현기 기자>*** 3면.지하철'로 계속 94년 12월부터는 (趙隆鎬)관리과장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공사에 앞서 주민민원을 해결하는 것은 기초사항이다.여건이 갖춰지지도 않은채 삽질부터 한게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인천 지하철공사는 계양구귤현동에서 연수구동춘동까지 24.6㎞,인천의 남북을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92년 9월 사업착수가 결정됐고 93년 설계가 시작됐다.
94년 12월부터는 삼환기업등 33개 건설회사가 공사를 착공했다.총사업비 9천1백56억원,98년 12월이 완공목표.
그러나 올해말 총사업비 예상액은 1조5천2백30억원.당초 계상보다 무려 6천여억원이 증액됐다.내년에 또다시 불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지난 9월 인천시의회의 인천 지하철공사에 대한 결산검토 결과서엔.착공뒤 불과 2년새 전 구간 에서 설계가52번 변경됐다'고 돼있다.한달에 두번씩 설계도를 바꾼 셈이다. 92년 9월에 9천1백56억원이던 사업비는 94년 1조1천5백74억원이 됐다.공사비가 6천1백36억원에서 9천6백45억원으로 3천억원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설계감리비도 6억원이나늘었다. 한해뒤인 95년 공사비 2천억원,설계감리비 52억원이추가됐다.다시 한해가 지난 올해 인천지하철 건설본부는 공사비 1천4백14억원,설계감리비 1백83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도대체 사업계획을 어떻게 잡았길래 해가 바뀔때마다 공사비가 몇천억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일까.인천시남구관교동 예술회관에서 50여 떨어진 1-12공구 현장.건설본부가 시공사측에넘겨준 기본설계도에는 이 지역을 가장 낙후된 차수(差水)용.LW공법'을 이용해 공사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설계도대로 땅을 파들어가자 예술회관의 지반이 침하되기 시작했다.결국 시공사는 부랴부랴 SCW공법으로 바꿨다.이 과정에서 1억3천만원이 간단히 날아갔다.시공사인 성지건설 조재형(趙宰亨)현장소장의 항변.“노선을 확정하는 기본설계도와 공사를 진행시키는 실시 설계도대로는 도저히 공사를 할 수 없는걸 어떻게 합니까.” 남동구연수동 1-13공구 현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지반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땅을 파는 바람에 자칫하다간인근 대진아파트가 위험할 지경에 처하게 됐다.이곳에서도 설계도는 다시 변경됐다.땅을 파다보니 갑자기 하수박스가 튀어 나와 그걸 이전하는데 수억원이 들고 파낸 땅을 처리할 사토장(捨土場)을 옮기느라 또 수억원이 날아갔다.
시공사들의 건설비 추가 염출을 노린 설계변경도 문제.
인천대 A교수는 얼마전 건설회사로부터“현재 3를 파게돼 있는구간을 10이상 파야하는데 그에 동의하는 전문가 의견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하철건설본부로부터 돈을 타내려면 전문가 의견서가 첨부돼야 한다는 것이다.A교수가 보기엔 멀쩡한 곳이었다.그래서 미국에 있는 전문기관에 검토를 의뢰했다.답변은“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공회사는 다른 교수로부터 전문가 의견서를받아내 결국 10를 팠다.“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심하더군요.도대체 나랏돈을 어떻게들 쓰고있는 겁니까.”A교수의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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