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정조사 앞두고 위기감 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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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감사원 고위 간부 12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낸 직접적인 도화선은 쌀 직불금 감사 논란이다. 그러나 감사원 내부에서는 쌀 직불금 감사 논란을 계기로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감사원이 정권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주요 포스트의 교체가 불가피한데 이번이 기회라는 분석이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던 22일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물어 관계자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 고위직들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통보도 받은 바 없고, 청와대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일로 안다”며 “감사원 내부엔 ‘인사 폭이 좀 클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

감사위원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직이 사의를 표한 것은 감사원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한 감사위원은 “24일 감사위원들이 모여 내부 감찰에다 국정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감사원장의 짐을 덜어 주자는 데 의견이 자연스레 모였다”고 말했다. 다른 감사위원은 “감사원 때문에 시끄럽게 됐고 원장과 국민한테 죄송해 사퇴를 논의했다”며 “외부로부터의 사퇴 권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을 포함해 감사원 고위직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제청권자인 김 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감사위원은 임기 4년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6명의 감사위원 중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신 감사위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5명의 임기가 1년5개월 이상 남아 있지만 전원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선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종신 감사위원을 비롯해 이석형(임기 만료 2010년 3월)·박종구(2010년 3월)·하복동(2011년 11월)·김용민(2011년 12월) 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다. 김용민 위원은 지난해 대선 직후 노 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적절성 여부로 논란을 빚었다. 이석형 위원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의혹이 최근 불거져 어려운 처지다.

김상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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