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충북대 "살아있는 축구"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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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김민규.강경민.김대원.이희찬.여승규.최효원.정진영….
축구판을 뻔질나게 기웃거린 기자들에게도 그들의 이름은 귀에 설다.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올시즌 아마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제51회 전국축구선수권대회 4강진출.비록 상무에 덜미가 잡혀 결승진출이 좌절 되긴 했지만.충북대 돌풍'은 패싸움으로 끝난 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때문에“축구는 죽었다”는 개탄이 쏟아지는 요즘 .축구가 살아있음'을보여준 청량제였다.충북대는 특히 페어플레이에서도 돋보였다.한성대(4-1)와 전통의 강호 고려대 (3-1)를 연파하고 준준결승에서 실업강호 기업은행(2-1)마저 물리칠 때까지 그들이 받은 경고는 고작 4개에 불과했다.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울산현대와 수원삼성 양팀이 모두 14개의 경고를 기록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깨끗한 플레이로 얻은 승리는 선수 이전에 학생임을 강조한 훈련에서 빚어진 것이었다.강팀들이 줄줄이 빠진 90년 청주전국체전 대학부 우승이 67년3월 창단된 충북대 축구의 유일한 전과다. 충북대는 다른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학업 우선을 고수하고 있다.이에따라 매일 오전6시부터 1시간30분가량,방과후인 오후5시부터 7시까지가 고정된 훈련시간이다.지난 12일 한성대와의경기 뒤에도 청주로 내려가 이틀동안 수업을 마친 뒤 열차로 상경,15일 고려대와의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또 스트라이커 김민규등 20명의 선수중 12명이 장학금을 받는 우등생들이다.국립대라 학교의 지원금액도 적어 한달 13만원의 기숙사비는 선수들이 물고 있으며 출전비의 경우 한끼에 3천5백원,하루여관비 6천원과 고속버스요금이 고작이다.당연히 허름한 여관이 그들의 숙소다.그나마 초반에 떨어질줄 알고 이틀치만 받아왔다.박종원감독(체육학과 교수)은 “대학간판을 가진 축구선수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아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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