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리포트>東歐 좌파정권 '사양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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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장경제도입에 따른 경제난을 틈타 지난 92~94년 재기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던 동유럽의 좌파정권들이 다시 쇠퇴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동유럽에서도 사회주의 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있는 루마니아에서는 집권 사회주의세력이 지난 3일 총선과 17일 대통령결선투표에서 잇따라 패배,최초로 우파정권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산당의 후신인 사회당이 다시 활개를 치던 불가리아에서도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났다.사회당은 지난 94년 총선에서 당시 제1당이었던 우파 민주동맹에 승리해 정국을 주도해왔다.그러나 지난 3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주동맹의 페타르 스토야노프가당선됨으로써 국민들이 또다시 사회주의자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민주화 이후 가장 안정된 우파정부를 가졌던 체코에서는 지난 6월1일 총선에서 바츨라프 클라우스 총리의 시민민주당이 고전끝에 신승,소수 우파정권을 이끌어왔다.그러나 시민민주당은 지난 17일 상원선거에서 81개 선거구중 80개에서 결 선투표에 진출하는등 시장경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임을 재회복했다.
동유럽에서 우파정당이 다시 득세하고 있는 것은 옛 공산세력을주축으로 하는 좌파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분석된다.
동유럽 각국의 국민들은 정치.행정경험이 풍부한 좌파정당들이 민주화 이후 발생한 사회혼란과 경제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고대해왔다.폴란드의 93년 총선에서 좌파정당이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사회주의정권들의 경제성적표는 미흡하기 짝이없다.불가리아는 월평균 20%의 높은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루마니아도 연간 45%의 물가상승과 월평균 1백달러(약 8만원)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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