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대통령의 베트남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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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 참석하고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하기 위해 20일 출국한다.이번 나들이에서 金대통령이 갖게 되는 정상외교는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역사적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이 베트남 방문이다.
金대통령의 베트남방문은 외형상 두나라간의 정치.경제부문에서 현실적 교류의 폭을 넓히는 화려한 외교행사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한국과 베트남 모두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에 주목하고 싶다.金대통령의 이 번 방문은 베트남통일후 한국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라는데서 과거의 아픈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고 정리하며 화해와 협력의 바탕을 다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날 때까지 9년 가까이 31만명의 국군이 참전했다.두나라 모두 냉전시대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베트남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민족통일문제에.개입'한.외세'였다.그런데도 베트남과 수교한지 4년이 됐지만 그 동안 두나라사이의 폭발적인 관계발전은 놀랄만하다.국민경제를 살찌우기 위해이념과 나쁜 역사를 털어버린 베트남의 실용주의적인 정책노선 때문이다. 두나라 관계는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발전하고 있다.베트남의 실용주의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도 무오이 공산당서기장이 지난해 방한(訪韓)한 것을 비롯,이미 총리가 교환방문할만큼 외교적 교류가 깊어져 왔다.베트남이 이처럼 과거에매달리지 않고 우리와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그러한 기대를 우리는 상당히 충족시키고 있다.투자액이 22억달러 수준으로 세번째를 기록할만큼 우리 기업이 진출해있다.우리경제가 베트남에 눈을 돌리는 것은 물론 성장잠재력으로보아 당연하다.그러나 아픈 상처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며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희망하는 베트남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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