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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빈둥지 술잔으로 달래-주부 '알콜중독'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남편과 아이들이 썰물처럼 몰려나간후 「빈 둥지」를 지키는 일은 쓸쓸했습니다.집안일을 대충 마친 오후2~3시부터 재미삼아맥주 한두병을 마시기 시작했죠.요샌 양주 한병도 곧잘 비워요.
남편 귀가는 물론 애들 도시락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서식구들도 눈치를 채고 말았습니다.』 서울잠실에 사는 金모(39)씨의 얘기.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늘어난 30~40대 주부들중 「전업주부스트레스」를 술에 의지해 잊어보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부 알콜중독자가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김경빈 알콜약물회복 클리닉의 김경빈 원장에 따르면 1,2년전까지만해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던 주부 입원환자가 요즘은 10~15%선을 차지할 정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국립정신병원 오동열과장도 『상담차 찾아오는 알콜중독 환자중 10 명중 한명이여성』이라며 남을 의식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까지 생각하면그 숫자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주부들은 혼자 몰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보니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욱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학교.직장생활을 통해 여성들도 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최근엔 주부모임에서도 반주 한잔이 자연스러워진 음주문화가 이런 현상에 「일조」한 것은 물론이다.(주)대홍기획의 올해 남녀 4천명대상 조사에서도 남성들의 음주 횟수는 감소추세 를 보인 반면 여성들의 한달평균 음주는 93년 5.4회에서 95년 6회로오히려 늘어났다.한편 주부들이 알콜중독에 빠질 경우 심신손상이남성보다 급격히 이뤄지는 것은 물론 가정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 더욱 문제가 심 각하다.뇌기능장애로 환시.
환청등이 시작되면 가정을 추스르는 주부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특히 엄마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녀들의 정서불안은 가장 큰 문제다.게다가 사회통념으로 인해 주부 알콜중독자는가족에게도 폭행을 당하 고 버림받기 일쑤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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