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혁명이번이기회다>3.공동배차 만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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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의 시내버스노선망은 외곽주거지~도심간 직접 연결형이다.종점주변 주거지를 꾸불꾸불 돌아 승객을 태우곤 곧장 시내로 내닫는다.때문에 노선연장이 40㎞,왕복운행시간이 2시간이 넘는 「긴 노선」이 불가피하다.주택가 이면도로를 순회하느 라 시간이 너무 걸리고 굴곡도가 노선당 좌회전을 평균 10.2회,우회전을11회 해야 할 정도로 심하기 때문에 장거리 승객은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외면한다.버스노선이 서로 보완적이지 못해 시민들은도심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답 답한」시스템이기도 하다.이런 이유로 서울의 간선도로는 물론 시내도로 전체가 시내버스로 뒤덮이고 있다.
또 노선별 수익차(收益差)가 심하다.황금노선을 가진 업자들은공공연히 노선을 사유화하며 다른 업자의 진입을 막아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좌석버스 노선이 도시형버스와 40%나 겹치는가 하면,요즘은 시민 편의 위주로 생긴 마을버스가 도시형버스 기능을 하기도 한다.한편에선 자치구 스스로순환버스 노선을 개발해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할 정도로 서울 시내버스 노선은 기능이 중복되고 공공성이 희박하게 짜여 있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몇년전부터 「공동배차제」(노선을 업체들이 번갈아 돌아가면서 맡는 방법)를 논의해 오고 있다.업체간 수입을 평준화할 수 있고 노선도 쉽게 조정할수 있다는 이 방안을 교통개발연구원 이재림(李載林)박 사는 『요금을 평균비용에 맞출 수 있고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노선을 조정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교통환경연구원신부용(愼富鏞)원장도 『업체 대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찬성의견이다.
서울시도 지난 5월 「서울을 10개권역으로 나눠 공동배차제를시행」하는 방안을 발표했고,최근 버스수입금 착복비리가 터진 후에도 재차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서울시는 이미 도봉권역.은평권역등 두곳의 공영차고지를 그 린벨트에 설치하는 계획을 확정,건설교통부와 협의를 끝내놓고 있다.서울시는 나머지 8개 차고지에 대해서도 98년까지는 완료하겠다는 목표를세워놓고 있다.
***노선 40% 겹치기도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한 회의(懷疑)도 만만치 않다.서강대 박병소(朴炳昭)교수는 『수입공동관리.
환승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공동배차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고 서울대 박창호(朴昌浩)교수도 『기존 수익노선의 공동배차는 불가능할 것』이 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대구.대전시 공동배차시스템을 현장확인한 서울시내버스 업자들은 『공동배차제를 실시해도 시민편익.경영수지개선이 불투명하다』며 공영차고지 확보및 업체연합.통합을 위한 서울시 지원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등 일단 기피할 기색을 보인 바 있다.공동배차제에는 또 다른 난관도 있다.교통개발연구원 황상규(黃常奎)박사는 『공동배차제는 업체를 대형화하지 않고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지금까지의 업계관행으로 볼때 「현행 시내버스노선의 불합 리성=긴노선.도심집중노선.굴곡노선」이 전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교수도 『버스노선은 시당국이 도시교통망의 관점에서 정해야 하는데 공동배차제를 할 경우 업자들은 비수익노선을 오히려 더 기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뿐만 아니라 도시형.좌석.마을버스등으로 기능이 다변화.중복돼 있는 지금의 시내버스 노선.업체를 한 그릇에 담는 방법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서울의 버스노선문제를 공동배차제로 풀기는 어렵다는게 중론.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박병소교수는 버스노선체계를 「간선버스-지선버스」체계로 단순화하고 지하철.버스를 조직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명지대임성빈(任聖彬)교수는 구체적으로 『지선버스는 꾸불꾸불하게 지역을 돌며 승객을 모아 지하철.간선버스 정거장까지 연계하는 지역순환기능을 갖고,간선버스는 주요 간선도로를 직선으로 운행하며 교통수요가 많은 곳에만 서는 시스템 』을 제안하고 있다.서울의버스노선을 대폭 단순화하되 시민의 접근 서비스는 높이자는 대안이다.노선도 시민.업자.당국의 입장을 골고루 반영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조화할 수 있고 시민.업자의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궁극적으로는 도시교통체 계를 근원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도 어려움은 있다.지하철.간선버스 정거장마다 지선버스가 회차할 수 있는 환승장소가 있어야 하고 시민들은지금보다 자주 갈아타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문제는 이 시스템의선결요건인 수입금 공동관리,지하철과 효율적인 수입정산체제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리=음성직 전문위원> ^고승영(명지대교수)^김종석(홍익대교수)^김익기(한양대교수)^김창호(서울대 초빙교수)^김형진(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박병소(서강대교수)^박창호(서울대교수)^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 원장)^유완(연세대교수)^이광훈(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인원(홍익대교수)^이재림(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종호(경기대교수)^임성빈(명지대교수)^임평남(교통과학연구원 부원장)^전경수(서울대교수)^홍창의(교통과학원선임연구원)^황상규(교통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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