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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세일군단 점점 사라져-대형할인점 잇단 개점.경기침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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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형 백화점의 바겐세일이 갈수록 「약효」를 잃어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일이 열리면 이른바 「바겐 헌터」(사냥꾼처럼 세일만 쫓아다니는 소비자)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올들어서는 세일이 예전같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은 다음달 6일께 예년에 없었던 또 한차례의 세일을 계획하고 있으나 매출부진→세일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우려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백화점인 롯데의 경우 올가을세일(10월18~27일)의 매출목표를 전년동기 대비 20%가량 늘어난 2천4백억원으로 잡았으나 결과는 10%에도 못미친2천2백억원에 그쳤다.이에따라 총매출액에서 세 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5%에서 올해는 4%포인트 줄어든 31%에 그칠 전망이다.롯데의 올해 총매출 예상액은 2조8천억원이며 세일매출액은 8천6백70억원이다.
롯데의 세일비중(총매출액 대비)은 92년 25.4%(3천56억원)를 기점으로 93년 28.4%(4천2백63억원),94년 32.2%(5천8백8억원),95년 35%(7천7백19억원)로 해마다 크게 늘었으나 올해는 31%로 큰 폭의 내 림세로 돌아섰다. 뉴코아도 세일비중이 매년 2~3%포인트씩 증가해 지난해는 29.4%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이미 끝난 네차례의 정기세일이 모두 매출부진을 겪어 겨우 21.8%선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밖에 신세계.현대백화점등도 매년 세일 매출 성장률이 30%정도 급성장하던 것이 올들어서는 평균 15%선으로 곤두박질하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성향이 수그러든데다 대형 할인점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신업태가 등장하면서 「바겐헌터」들이 구태여 백화점 세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들어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대형 할인점인 E마트.프라이스클럽.마크로.까르푸등을 잇따라 개점하자 소비자들이 백화점 일변도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세일때와 같은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신업태 매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백화점협회는 다음달 6일을 전후로 닷새동안 추가세일을 실시하기로 했다.협회의 이번 결정은 그간 세일에 크게 의존하던 각 백화점들이 급격한 매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응급조치로풀이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백화점의 매출 부진이 불경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유통업계의 격변에 따른 구조적인문제』라면서 『세일이라는 비상수단에 매달리지 말고 신업태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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