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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職 人事검증절차 혁신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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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양호(李養鎬).공노명(孔魯明).이성호(李聖浩)전장관이 잇따라 비리및 물의관련 파문으로 한달새 퇴진한 것을 계기로 인사청문회 도입등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절차를 혁신하자는 여론이 드세지고 있다.
두 李장관의 파문은 비단 개인의 자질문제 뿐만은 아니다.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한순간 장관임명장을 받는 파행구조가 낳은 필연적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여론에 인물을 띄워 탐색해본 과거 정권과는 달리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각료 인사행태는 「철통보안」으로 요약됐다.
『언론에 거명되거나 당사자 발설의 경우 취소』라는 냉소적 말이 나돌 정도로 극단적 보안이 유지돼 왔다.
결국 그들의 검증은 청와대의 소위 「존안(存安)자료」등 서류검증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학자들은 우선 투명한 검증절차로의 혁신을 요구한다.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행정학과)교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장관급이상의 고위공직자는 최소한 미국식 인준청문회로 정책방향은물론 도덕성.자질등을 꼼꼼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변(民辯)의 김창국(金昌國)변호사는 청문회는 물론 차관급이상 공직자.의원등의 재임중 비리를 견제할 가칭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구성도 제안한다.미국의 특별검사제,뉴질랜드의 특수비리조사처(SFO),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 )등의 기능까지 갖추자는 지적이다.
경실련(經實聯)은 14일 성명을 통해 『장관급이상 공직자와 부인이 함께 검증받는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내부고발자보호법.돈세탁방지법등을 포괄할 부패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인사청문회를 도입중인 국가는 미국과 필리핀.미국은 장.
차관을 비롯,대통령측근.대사.대법관등 무려 1만6천여명의 공무원이 상원의 인준대상이 된다.이중 6백여명의 핵심공직자가 상원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은 공직자 지명에 앞서 한달전에 연방범죄수사국(FBI)에 신원조사를 의뢰한다.학력.이력.병역은 물론 심지어 납세.가정생활등까지 조사받는다.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이 89년 임명한 존 타워 국방장관은 알콜중독 전력이 드러나 상원 인준이 거부됐다.68년 아베 포터스 대법원장도 과거 법률세미나를 열며 1만5천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전력이 밝혀져 임명이 철회됐다.
물론 미국식 인준청문회가 최선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숙명여대 이남영(李南永.정외과)교수는 『우리 현실상 인준청문회의 정략.정파적 이용등 후유증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현직 장관의 잇따른 비리를 접한 이즈음 『각료와 그 가족들이 공직의 막중한 책무를 느낄 제도가 시급』(박재창 교수),『오히려 정부를 위해 필요』(柳宣浩 의원)등의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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