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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80>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호 16면

탬파베이 레이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싸우고 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승률 30위였다. 그들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같은 전통의 명문을 따돌린 건 이변이다. 그리고 창단 이후 처음 맞은 포스트시즌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지난해 챔피언 레드삭스를 물리친 건 기적이다. 이 기적의 한가운데에 조 매든(사진) 감독이 있다. 그리고 ‘매든 리더십’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창의력, 열린 정신, 진실과 신념, 이렇게 세 부류가 된다.

‘탬파베이의 기적’ 이끈 조 매든 리더십

창의력-그의 첫인상은 ‘평범’이다. 나이 쉰넷의 그는 시골 아저씨 같은 인자한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그 얼굴을 반쯤 가린 검은 뿔테 안경을 보는 순간 다른 뭔가가 떠오른다. 엘비스 코스텔로나 우디 앨런에게서 느껴지는 영감·창의력의 분위기다. 그는 20여 년 전 워드프로세스 시절부터 선수들의 데이터를 관리한 세이버메트리션(기록·통계 분석가)이다. 그 분석을 통해 그는 ‘통념’을 깼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당연히 왼쪽 타석에 들어서야 할 스위치히터에게 “오른손 투수도 오른쪽 타석에서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를 오른쪽 타석에서 공략하게 했다. 그에게 ‘야구의 정석’은 통념일 뿐이다. 그는 말한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엔가 있다.”

열린 정신-그는 쉰넷이지만 20대 초반의 열린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열린 사고로 평균 나이 27.4세의 젊은 팀 탬파베이를 이끈다. 스물넷의 팀 에이스 스콧 카즈미어는 “매든 감독은 틴에이저 성향을 지녔다. 그래서 우리와도 잘 맞는다”고 말한다. 그는 시즌 막판 뉴욕 양키스와의 결정적 시리즈를 앞두고 방 안에 처박혀 데이터 분석을 하는 대신 록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 그는 제임스 미치너의 역사소설을 읽고 와인과 정원 가꾸기, 자기계발에 대해 말하기를 즐긴다. 선발투수에게는 원정 가는 도시마다 좋은 자전거 코스를 추천해 준다.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그의 머리가 백발이라고 느낄 수 없다.

진실과 신념-시즌 막판 레이스의 향방이 갈리는 시점이었다. 선수들이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문신예술가 에드 하디가 디자인한 티셔츠를 단체로 구입했다. 원정에 나서면서 같은 셔츠를 입고 가자는 거였다. 매든은 ‘진실과 신념(Truth and Faith)’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골랐다. 진실과 신념. 그는 싱글A에서 은퇴한 별 볼일 없는 선수 출신이지만 1981년 지도자로서 새 출발했다. 그는 진실했고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12년이나 코치로 있었던 LA 에인절스에서 현 감독 마이크 소시아에게 밀려 사령탑에 오르지 못했다. 2003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후보로 최종 면접까지 했지만 현 감독 테리 프랑코나에게 밀렸다. 결국 그는 2005년 말 만년 하위 탬파베이의 감독이 됐다. 소시아와 프랑코나·매든은 올 시즌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최종 승자는 매든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프랑코나가 디비전시리즈에서 소시아가 이끈 LA 에인절스를 물리쳤고 매든은 프랑코나를 꺾고 월드시리즈 티켓을 손에 쥐었다. 그는 말한다. “진실과 신념. 이 두 단어는 어떤 티셔츠에 새겨도 의미 있는 말이 아닌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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