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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가미된 장면 완전 노출 '등급판정 불가'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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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예술영화가 공륜으로부터 체모 노출을 이유로 「등급판정 불가」를 받아 헌재의 삭제 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영화표현의 자유문제와 관련,논란을빚고 있다.
문제의 영화는 네덜란드 여성감독 마린 고리스가 연출한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주연 여배우의 체모가 약 2초간 노출된다는 이유때문에 지난달 28일 공륜으로부터 등급판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문제된 부분은 아기 아버지를 스스로 고른 여주인 공이 정사후 기쁨에 넘쳐 알몸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장면으로 영화의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잘 상징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96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아 작품성도 공인받은 영화다.
수입사인 올리브 커뮤니케이션은 체모 노출 장면이 영화 메시지표현에 적합하고 성적 수치심 조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영화계.여성계의 의견에 따라 문제장면을 삭제하지 않고 재차 수정심의를 요구할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공개작으로 현재 문체부의 수입추천 심의를받고 있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도 비슷한 우려를 낳고 있다.
주인공 부부의 초야장면에서 신랑의 성기가 약 3초간 노출되는장면과 정신이상이 돼가는 여주인공이 체모를 약 1~2초간 노출하는 장면 때문.미치도록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성정을 잘 드러낸 의미있는 장면들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 장면들을 유지한채 심의를 받을 경우 역시 「등급판정 불가」를 받을 것으로 수입사인 시네텍측은 우려하고 있다.이 영화 역시 96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작품성을 공인받은 영화.
유럽예술영화에서 성기.체모 노출은 매우 흔한 일이며 관객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분위기다.공륜은 이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내의 정서.환경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삭제 심의 위헌 결정이 영화창작.표현의 자유 신장에 기본취지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성기나 체모가 보인다는 단순사실만 문제삼지 말고 예술적 타당성과 보상 가능성및성적 수치심 조장,성 상품화 여부를 기준으로 심 의 폭을 넓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두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됐을 당시 관객들은 『외설적인 느낌이나 성적 수치심은 들지 않았으며 작품상 의미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개봉영화에서 성기 노출은 이미 93년 『크라잉 게임』에서 여주인공이 게이임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이뤄진바 있다.그때는 아무런 저항없이 영화적 표현으로 수용됐고 이어 케이블TV에서도 방영됐지만 역시 비판없이 받아 들여졌다.반면 지난해 공개된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패션쇼』는 영화의 주제와 관련있는 마지막 나체 패션쇼 장면을 하트 표시로 처리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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