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동차업계 內需판매 총력전"관리직도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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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아자동차 본사에서 근무하다 지점의 영업지원을 나간 하상주(河相珠.32)대리는 지금 영업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河대리는 판매 강화를 위한 본사 방침에 따라 지난주 내내 시청앞지점에서 영업활동을 지원했다.
이 회사가 본사의 관리직들을 영업점에 내보낸 것은 자동차 내수 부진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본사 연구소와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해 영업은 입사 4년만에 처음인 河대리는 『자동차경기 불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영업점에 와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河대리는 지점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각 모델의 특성을 설명하며부지런히 영업활동을 폈다.
이 회사는 불경기속에 연말이 다가오자 본사 46개 부서의 과장급 이하 전사원을 이처럼 일시적으로 판매직에 돌리는 비상을 걸었다.전직원의 영업사원화인 셈이다.지난달부터 시작돼 연말까지계속되는 이 파견근무는 조별로 1~3주씩 투입된 다.연인원은 1천여명을 넘는다.
본사 홍보실에서 마포지점에 파견나갔던 이태종(李太鍾.32)대리는 할부금 연체가 계속되는 고객 집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이 경우 대부분 『미안하다』며 제때 납부를 약속하지만 일부는『마치 빚독촉을 받는 것같다』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데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李대리는 파견 2주동안 영업과 수금 재촉을 위해 전화를 3백통쯤했고 연체자를 10차례나 방문했다.
관리직들의 낯선 판매 전환은 연말 판매비상이 걸린 자동차 회사의 「차팔기 신(新)풍속」이다.
자동차업계 전체 재고량은 지난달 현재 10만대를 넘어섰다.
어느 회사 할것 없이 팔리지 않는 차를 세워둘 야적장이 모자라 고민할 정도로 판매부진이 심각한 실정이다.이 때문에 업체들은 관리직까지 동원한 「총력판매전」에 나선 것이다.
현대자동차 김만유(金滿猷)이사는 『자동차 업계는 80년대 이후 가장 어려운 시점이라 업체마다 비상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달 관리직 과.차장 2백20명을 영업점에 파견,일선 판매 독려에 나섰다.
영업점에 파견된 과.차장들에게도 판매량이 책정됐다.
이들에겐 최소 월 3대,파견 6개월간 18대 이상의 판매목표가 주어졌다.이들 중간간부는 영업점에서 일반 영업사원과 똑같이생활한다.
1주일의 교육을 마친뒤 판매에 나선 K차장(39)은 『일반 영업사원의 월평균 판매량 6~7대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되는데도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달초 차를 바꾸려는 친구를 만나 쏘나타Ⅲ 한 대를 팔아 그나마한시름 덜었다.
K차장의 일과는 전화를 붙들고 친구.친지들에게 전화를 걸거나점심.저녁약속을 하는 것.
이 회사는 영업점에 파견된 중간간부들이 5천대 이상의 차를 추가로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에 나선 관리직 사원들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기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있다.
오는 15일 신차 「라노스」를 내놓는 대우자동차도 영업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 차로 소형차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대우는 신차발표회때 채용박람회도 함께 열어 우수 영업인력을 다수 확보할 계획.
박람회에서 채용을 희망하는 인력이 많으면 5백명 이상도 뽑을생각이다.신규 영업인력은 일선 판매조직에 투입돼 일단 라노스판매를 담당한다.
또 잇따라 나올 신형 중형.중대형등의 신모델도 이들의 판매력으로 붐을 조성한다는게 대우의 전략이다.
이래저래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전쟁은 열기를 더해가고,이에따른전직원의 영업사원화 추세도 갈수록 심화될 것같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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