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후퇴한 적 없지만 주춤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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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아세안+3 조찬회동, 일본·베트남·덴마크·폴란드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 ASEM 정상회의 1차 본회의 등을 이어가며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공조와 세계금융체제 개편을 주창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국제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각국의 공조 노력이 필수적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선 것은 지난 7월 일본 도야코 G8(선진 8개국) 확대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과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아세안+3 조찬 회동에서 역내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7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중국 베이징 리젠트 호텔에서 일본 아소 다로 총리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오종택 기자]

이어 열린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와의 첫 만남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은 지난 7월 일본이 중등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면서 양국 간 셔틀외교가 중단된 뒤 처음이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한 자리에 있었지만 별도 회담을 갖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에게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데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아소 총리는 “한·일 양국이 시장경제와 인권 등 중요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이 일본에도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주춤한 일이 있었지만 뒤로 후퇴한 일은 없었다. 앞으론 주춤한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정상뿐 아니라 양국 의원들과 관계장관들도 수시로 만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소 총리는 “한·일 관계를 성숙한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하고 싶고 이 같은 지평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양국 간 문제뿐 아니라 지역 문제 등에 대해 정상끼리 언제든지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두 정상은 한·일 양국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이 경험을 토대 삼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손잡고 나가야 한다는 공조 의지도 다졌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선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지원과 한국 체류 베트남 근로자의 근로·생활여건 개선에 합의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는 신재생에너지·환경분야 협력을 논의했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는 폴란드 인프라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확대를 요청했다.

베이징=최상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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